맑되 여우비처럼 비 지난 오후 한 때
바람도 몹시 불었습니다.
이른 아침 달골 포도밭(이었던)에 거름을 뿌렸습니다.
메밀을 해먹으리라 합니다.
아이들은 달골 돌밭에 들어 돌을 골랐습니다.
밭이 되기는 하려는지.
아이들에게 하루를 맡겼습니다.
꼼짝하기 싫어하는 아이, 배가 고프니까 저가 움직이더랍니다,
찬밥을 나름 데우느라 물을 넣고 올리고
설거지도 다 하고.
한 아이는 며칠째 몸이 부실합니다.
호되게 앓고 나니 쉬 회복이 어렵나 봅니다.
저녁엔 빈들모임을 앞두고 청소를 했습니다.
“여기는 너무 넓어요.”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그러게요.
공간을 줄이는 일이 자꾸 밀리고 있네요...
낮, 대전 한밭 수목원에 잠시 들렀습니다.
멀리서 온 벗이 대구에 일 있어 간다하기
차를 빌려주었지요.
엊저녁부터 오늘 그의 두 모임에 동행했습니다.
“어제 정말 놀랬어. 대전에 지하철에 있더라고...”
서울 아니면 다 시골인 줄 아는,
10년 전에 자신이 머물고 있다는 반성이 일었더라지요.
“그 사이 세상이 이리 변했구나...”
그런데, 그가 지닌 괴리감이 시간으로부터 온 것이었다면
저는 공간에 대한 괴리감이 인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이 이리 변했구나...”
산마을을 벗어나는 일이 적잖은데도
마치 처음 가 본 도시처럼 자극이 됩디다,
사람들이 곳곳에서 저리 자리들을 잡으며 살아가는구나,
마치 산속에 오래 지내다 도시로 나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