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29.달날. 비

조회 수 796 추천 수 0 2013.05.08 01:40:57

 

무거운 하늘.

그예 비 내리는 아침.

제법 굵은 비가 기세 좋게 내렸습니다.

그러다 오래잖아 접어주네요.

 

조금 늦은 해건지기를 하고

짧은 상담과 공부가 있었고,

점심, 마을 반장 일을 하는 아이는

이장님 부름으로 심부름을 가고,

오후에는 마을 임시회의가 있었습니다; 어버이날 경로잔치 건

부녀회가 중심으로 하는 일이니

장은 누가 보고, 뭘 할 것인가, 요리는...

그런 나눔들.

 

날이 개자 밭에 나가 일을 좀하고

소나무 아래 흙과 돌을 정리하고

그리고 모여서 목공실에 물건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무리 버릴 물건일지라도 꼴새 갖추기,

요새 자주 하는 말이랍니다.

 

오늘 벌겋게 달아오른 한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좌파인가? 아니다.

진영논리에 두두두두두두 칼침을 맞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던 당시의 이데올로기지형을 피해

발 빠르게 제출하던 반성문을 따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면, 우파인가? 아니다.

하지만 우파가 아니라는 말은,

선거철 아니어도 요새 같애선 바로 좌파가 되어버리기에

할 수 없이 좌파가 될 소지는 다분하다.

그래도 나는 다시 우파가 아니며 다시 좌파 또한 아니다,

사상검증의 악순환에 휘둘릴 생각도 없고 현 내 삶에서 그따위는 무가치하므로.

그나마 좌파인 듯했던 신문의

최소한 정보전달에서 중도자자로서의 의무도 저버린 그들만의 리그를 보면서

좌파, 그거 더더욱 안하고 싶다(이쯤에서는 아니다에서 물러나 안하고 싶다로).

그렇다고 중도냐, 그것도 아니다.

이 말은 진영논리 그런 거랑 씨름 않고 싶다는 의지이다.

나는 다만 인간보편에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도리 뭐 그런 것 말이다.

여전히 착하게 살고 싶은 그런 거.

 

서설이 길었다.

긴 까닭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긍정적으로 올리는 순간 좌파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어막을 미리 치기 위함이다.

노무현,

나는 그의 좌파적 성향에 대한 관심이전

내게 그 이름자는 치열하고 성실했던 한 인간의 이름이어

더구나 그가 죽은 자라 이제 더는 그의 삶을 볼 수 없다는 까닭에

자주 안타깝고 그립고 먹먹하다.

개인의 선의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봤더라지.

(그래서 아프고 미안하다.)

그리고,

‘조금’이라고 말할 때 엄지와 검지가 그리는 1센티미터 가량의 내 정치적 관심은

그래서 노무현의 죽음에서 멈췄다.

굳이 감정의 색으로 말하자면 슬픔이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비통했다.

바운지볼!

언제적 이야기를 지금 하냐고?

지난 1월 언론을 달구었다 하나 이 산골 소식이 늦었다.

게다 지금도 아이들이 한다, 그거!

게임 시작화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웃는 얼굴과 함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효과음이 나온다지.

공을 튕기며 장애물들을 지나 목표를 향해 가는 바운스볼 게임을 본떴다는데

공 대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등장하여

점프에 실패해 낭떠러지로 떨어지면(고인의 마지막을 연상케 하는) 섬뜩한 비명과 함께‘운지’라는 소리가 난단다.

운지, 우파들이 당신을 조롱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 그저 재밌을라고 했단다.

표현의 자유냐 고인능욕이냐로 설전이었더라지.

아, 사람에 대한 예의, 그런 게 있잖던가.

우리 지금 무슨 세상에 살고 있는가..

 

한편, 이 사실에 대해 언론들은 어떻게 말을 했을까 사뭇 궁금하네.

하기야 언론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무슨 기사이든

언제나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고

어느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멀쩡하던 놈도 죽거나 괴물이 되거나 버려지거나 할 것이고

반대로 죽일 놈이 살아 펄펄 뛰어댕기거나 할 테지.

정녕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새날을 어이 맞을거나.

 

그나마!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늘의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준비해준 말,

"오늘 내가 죽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세상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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