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저녁, 비 몇 방울 다녀갑니다.

한 달 동안 위탁교육을 와 있는 아이네서

먹을거리들이며를 실어와 부려주고 떠났습니다.

 

오전에는 아이들의 학습점검이 있었고,

오후엔 한 보육원과 교사교육 건으로 협의가 있었습니다.

지금 와 있는 한 아이는 오랜 기간을 정서장애로 약을 복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위탁교육 기간 동안 약을 멈추고 있지요.

“힘들어도 저희가 힘든 것이니...”

뭐 늘 물꼬가 해왔던 방식입니다.

그것을 대체하는 아주 기막힌 대안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진 않지만

좋은 자연과 좋은 먹을거리와 여유와 오랜 경험이 있지요.

“교장선생님, 저희도 아이들 약 안 먹이고 싶어요. 그런데 방법이 없어.”

약을 먹이지 않았을 때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답니다.

과잉행동 하는 아이들을 돌볼 이들도 없답니다.

물꼬의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지요.

1박2일로 보육시설 교사들의 연수를 의뢰해온 것입니다.

‘정서장애아동이 있는 시설 교사 연수’

그쯤 되겠습니다.

짬을 내봅시다려.

 

방문자들이 떠나고

아이들과 달골 포도밭(이었던) 돌을 가려냈습니다.

여러 날의 일입니다.

오백여 평 두 뙈기 생땅을 밭으로 일구고 있답니다.

저녁수행을 끝낸 뒤에는

이장님댁 건너가 마을에서 하기로 한 사업 하나 의논합니다.

무섭게 녹음이 오르고

무섭게 날이 갑니다.

그리고 무섭게 우리들의 삶이 그리 매달려갑니다.

끌려가지 않고 타고 가기!

 

보육교사연수를 논의하고 보니 또 여러 장면들이 스밉니다.

1988년, 한국에는 올림픽이 열렸고,

충무로는 '뉴코리안 시네마'란 이름을 얻게 될 새로운 한국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장선우가 <성공시대>로, 박광수가 <칠수와 만수>

그리고 김동원의 <상계동 올림픽>.

올림픽 유치라는 큰 성과로 술렁였고,

여기저기서 ‘우리’ 올림픽을 개최하고 나면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들떠있었지요.

그러나 그 외곽에는 그로 인한 소외된 이웃이 있었습니다.

올림픽에 오는 외국손님들에게 가난한 서울의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도시미학적(?) 관점에서 진행된 달동네 재개발사업.

이 때문에 상계동 주민들을 비롯한 서울 200여 곳의 달동네 세입자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몇 십 년씩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했지요.

성화 봉송할 때 무허가 건물이 ‘미관상’ 좋지 않다하여

결국 철거민들은 성화 봉송로에서 안 보이게 땅굴을 파고 들어갔고

무려 10개월간 땅굴 생활을 한 후에야 이들은 땅 위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아래

상암동 경기장에 살던 사람들도 어디로 갔는지 우린 몰랐고,

2009년에 우리는 용산참사 비보를 듣기에 이르지요.

오래전 1971년 경기도 광주에서는

3만이든가 4만이든가, 군중이 폭도를 일으켰습니다.

집단 이주정책에 의해 서울 변두리 무허가촌 주민들은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사람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마저 없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으로 내몰렸지요.

무언가를 말해야 했지만 아무도 그들의 소리를 듣지 않았고

그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88올림픽 앞서 한성대에서 했던 철거민연대 올림픽을 기억합니다,

그 뜨거웠던 연대의 장을!

 

다시 올라온 분노로 말이 길었습니다.

다시, 88올림픽은, ‘상계동올림픽’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보신탕 올림픽도 있었고, 그들의 이름은 사철탕이 되고 영양탕이 되었지요,

‘보육원 올림픽’도 있었습니다,

그리 불린 적 없고 아는 이도 별 없지만.

88년 당시 서울시내 보육원 가운데 열두 곳(기억이 가물가물...)도

그렇게 외곽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산으로 안성으로 서산으로 김천으로 용인으로 이천으로 화성으로 ..

그래서, 흥미롭게도 지역은 서울이 아니나 소속은 서울시라지요.

정녕 희망으로 들떠있던 ‘우리’는 누구였던가요.

우리에 우리가 포함되기는 하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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