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준비하는 저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동한기가 그렇지 않던가요.

역시 저보다 한발 앞섭니다.

아무리 뛰어도 여전히 숨차서야 당도합니다.

그래도 좀 익숙해진다는 게 위로라면 위로.

 

이른 새벽, 달골 데크에 방수제를 발랐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여 뒤 아침 비 다녀갑니다,

그저 살짝 흙 표면을 적실 정도라지만.

한 시간이라도 틈이 있어 그나마 다행일세 했지요.

 

밭이고 마당이고 틈틈이 풀을 뽑습니다.

이 철에야 그게 또 최대의 일이지요.

감자를 한 뿌리 캐왔습니다.

제법 알이 굵습니다.

하지쯤 패내는 감자입니다.

포슬포슬하니 맛납니다.

하기야 밭에서 막 나온 것들이 무엇인들 그렇지 않겠는지요.

 

간장집 오래된 아궁이는 제 기능을 못해

불을 들이기 위해 굴뚝용흡출기를 달아 써왔더랬지요.

그런데 그것마저 망가지기 여러 달,

도대체 어이해야하나 싶다가 방재시설하러 들어왔던 이들에게 보이니

다른 문제가 아니라 엔진 고장이니 새로 사서 달면 된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 가서 사야 하나요?

건재상을 들렀다 보일러집을 들렀다 다시 공구상으로 가서 묻습니다.

“아, 이거 조명기기 파는 집에 가면 있는데... 우리 옆집!”

물건 하나도 어디 가서 구해야할지 모르는 것들이 천지,

사는 일이 어이 이리 늘 서툰지, 쯧쯧.

 

이른 저녁, 해우소 여자 편 문짝도 그림 하나 그려 넣어야지 했습니다.

엊그젠 남자 쪽에 꽃을 그렸지요.

여자 쪽엔 나무를 그리리라 합니다.

그런데, 붓 들고 얼마 뒤

굴뚝용흡출기를 달려 간장집 지붕에 올라간 아이가 불렀습니다.

“굴뚝 머리가 다 깨져 있어요...”

아주 두 동강이 났다지요.

음..

그래서 아궁이가 그리 젖었던가 봅니다, 그저 습기 좀 찬 게 아니라.

당장 내일부터 장마라는데, 비 온다는데,

우선 시멘트라도 발라보자,

마을에 몇 집 전화 해봐도 재료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면소재지를 나가 한 포대 사서 올 일은 아닌 것 같고.

그릇을 빚으려고 챙겨둔 진흙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굳어있었지요.

그때 눈이 간 지점토!

 

“내가 올라갈게.”

금간 굴뚝에 무슨 작품이라도 만드는 양

두 동강이 난 굴뚝머리를 붙이고,

다시 머리를 얹고 굴뚝 본체와 이어서 틈새를 붙이고,

어둑하도록 바르고 또 발랐습니다.

“지점토를 이리 잘 써보기도 처음이다!”

이곳에서의 예술은 그런 거.

예술가들이 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 삶터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과 예술’의 하나 되기!

밤, 바람만 조금 불어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잘 말라줄 테지요...

비는 조금 걸음을 늦춰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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