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입니다, 볕!
사람 몸에도 마음에도 그 볕의 기운 얼마나 크더이까.
죽었다 싶다가 또 살만해지는 거지요.
새벽부터 걸려온 한 기자의 전화,
이제 우리 계자 일정을 여기보다 먼저 물어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힘들이 닿아 물꼬를 밀고 가노니.
아침 일찍 면소재지를 내려갔다 옵니다.
마을에 노모를 둔, 읍내 사는 한 어르신이 자주 물꼬를 거두어주시지요,
이번에도 달골 뒤란 일로 도움을 청했고,
당신으로부터 일을 부탁받은 이가
지난 한 주 몇 사람과 대 여섯 차례 현장에 걸음하고
어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전갈해왔더랍니다.
달골에 와 계신댔는데, 밖에 있어 만나지 못하고 오늘 들리마 하였지요.
두어 가지 안으로 압축됩니다.
우선, 당장 축조블럭을 몇 단 쌓는 방법.
“그런데, 그 돈이면 집을 한 채 짓는 돈인데,
그동안도 들어간 것도 많으실 텐데 어떻게 돈을 또 들여요.”
“그러게요...”
“그렇다고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다른 안,
우선 현재 흘러내려있는 것들 걷어내고 한두 해 사태를 좀 보자 합니다.
금방 확 쏠려서 무너지는 암반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라며
한 해 한 번 굴삭기로 흘러내린 것 치워낸다, 그렇게 생각하잡니다.
내일 대구에서 오는 건축사와 만나는 것까지 논의를 더하면
일은 대략 가닥이 잡혀질 듯합니다.
교무실 서류정리.
어느새 우편물 쌓이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또 쌓이고.
대략 뒤란 일이 뭐가 좀 정리가 되려니
비로소 다른 일들이 들어올 틈이 생기는 거지요.
밖에선 날마다 소사아저씨가 풀을 정리하고 있는 요새입니다.
점심을 먹고 늘어지기 전
바깥해우소 여자 쪽에 들어갑니다.
들어가며 마주보이는 벽에는
지난해 5월 충남대 사대 친구들이 와서 그림을 그렸지요.
세 칸의 문짝에 그림 하나 그려 넣습니다.
재래식의 무서움이 어이 아이들에게만일지요.
우중충함을 걷고 싶었습니다,
좀 화사하게.
언제부터 해야지 했으나 늘 밀리는 일이었지요.
했습니다. 좋습니다.
제게 그림은 이런 것, 벽에 걸어놓은 조끼 같은, 필요한 공간에 무언가 하는 것.
물꼬에서 생각하는 예술도 바로 그런 것.
우리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그저 아름답다, 를 넘어선.
아, 드디어, 마침내, 간장집 해우소 곁 창고도 정리!
이것 역시 많은 날을 벼르고,
한번 꺼냈다 정리도 못하고 다시 쟁여 넣기도 했던.
했습니다!
구석에는 또 종이박스며 컨테이너에 쓰레기들 구겨져 들어가 있었지요.
아, 제발 쓰레기를 그리 감추지 좀 맙시다려.
목공실 보낼 것 보내고, 자재창고 넣을 것 그리 보내고,
태울 것 태우고, 되살림터 보낼 것은 분리하고,
그러는 사이 풀어헤친 머리 같은 나무의 가지들도 좀 쳐내고.
너무 그늘졌던 공간들도 좀 훤해졌네요.
화초 몇 분갈이도 합니다.
수수꽃다리도 개나리도 몇 꺾꽂이 하여 달골마당에 심었습니다.
겨울 지나고 물관 오르는 봄 아니어도 장마 전 해도 된다 했지요.
오미자도 몇, 도라지와 더덕도 두어 뿌리 달골 창고동 한 쪽 벽면 아래 심었답니다.
목숨 지닌 것이라면 살아내는 게 최고의 축복일지니.
‘살아라, 살아라,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