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멎었던 비, 날이 밝자 다시 조금씩 내립니다.

산을 감도는 운무로 봐서는 비를 걷어가는 기세인데.

하늘이 하는 일을 누가 알겠는지요.

모두 대기상태,

물꼬는 물꼬대로 중장비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건설사 측에선 움직일 때를 기다리고.

여덟시가 지나고 아홉시가 지나도 계속 떨어지는 비.

확 쏟아지진 않지만 일을 시작하기는 또 애매한.

이렇게 오늘은 보내고 말 것인지...

 

“선생님, 점심 먹고 올라가려고...”

드디어 달골 뒤란 속앓이는 그 첫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무너진 것들 걷어내고,

장비로 안 되는 부분들 인부들이 치워내고,

반나절이 그렇게 갔습니다.

“컨테이너는 02 이거 말고 6W 와야 하니까, 내일 오전이나...”

 

중장비가 달골까지 오르자면,

길가로 뻗어 나온 유실수가 많은 밭들이 있는데

혹 나무들이 상할 지도 모른다 양해 부탁드렸고,

뭐 손해가 클 땐 배상도 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다거나,

나름 밧줄이나 장대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들을 찾으시겠다셨지요.

그런데 그 세 댁에서 다 흙을 부탁해옵니다.

“공사를 하는 게 아니라 무너진 부분 걷어내는 거라 그리 많이 나오진 않을 텐데...”

“적으면 적은 대로...”

한 집은 집 들머리 낮은 곳을 메워주길,

한 집은 저 새마을에 있는 밭에다 넣어달라고,

또 다른 한 집은 포장도로 한 부분 아래 동공으로 흙을 좀 밀어 넣어달라고...

둘은 하겠는데, 아무래도 멀리 이동시키는 일은 어렵겠지 싶습디다.

소장의 답변도 그러했지요.

한 집에선 직접 트럭을 가져와 퍼가기도 하였답니다.

 

일단 흉물스럽고 위험도를 부추기던 무너진 흙들은 치웠습니다.

다음은?

다음 걱정은 다음 걸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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