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읍내 건재상에 달려갑니다,
보온덮개 사러.
측면 벽은 그렇게 거적을 덮어두기로 하였습니다,
흙이 뒤란보다 더 부드러운 곳이라 무너지기 또한 더 쉬운 곳이지요.
어제 들어온 건축소장님의 조언이었습니다,
비닐 보다 나을 거라는.
당장 덮었답니다.
그런데, 컨테이너를 옮기러 오기로 한 사람들이 소식이 없습니다.
다리 공사장도 사람들이 비어있습니다.
다른 현장에들 가 있는 모양입니다,
달골에 올라올 장비는 서 있는 게 보이는데.
또 날을 넘기나 보군요.
뭐 이번 주 안으로야 하겠지요.
하하, 달골 뒤란 같은 큰 문제에 걸려있었던 시간,
이제 이런 건 이야깃거리에도 밀려...
하수도공사, 라기보다 뚫기 했습니다, 오늘.
며칠 전부터 심각했지요.
그간 아주 간간이 물을 한꺼번에 버릴 때
가마솥방 바닥의 하수구가 역류해 첨벙거렸더랍니다.
학교 하수관이 좀 깊습니다.
수도관도 깊은데, 그보다 더 깊지요.
파내느라 아주 혼이 났습니다.
소사아저씨가 도왔지요.
“새로 해야 하는데...”
끝 쪽이 더 높단 말이지요.
흙 같은 게 쌓여 결국 또 막힐 겁니다.
그런데, 2003년 교실로 쓰이던 곳을 개조하여 가마솥방을 만들고 십년이 되었으니
뭐 대충 10년을 견뎌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 세월이면 새로 교사(校舍)가 들어서거나 물꼬가 아주 달골로 올라가거나...
“새로 관을 묻지 않는 쪽으로 가보죠.”
그래도 혹시 막힐 때를 대비해 공사가 수월하도록 장치도 하나 만들어 넣고.
“대나무를 좀 심어보지 그래요?”
대나무, 그거 심어보고 싶기도 했던 바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이야기가 나온 것.
달골 뒤란 턱을 보고 설비 아저씨가 한 제안이랍니다.
마침 상주 모동 넘어 당신네 포도밭가 대나무 있다지요.
대해리에도 대나무야 있지만, 그게 파내는 게 여간한 일이 아닙니다.
장비가 있어야지요.
아저씨가 굴삭기로 파내준다 하였습니다.
“그럼 저희가 하루 포도밭일 돕고, 서로 품앗이 하죠.”
그리하기로 합니다.
오후엔 운동장 가 풀을 한참 뽑았습니다.
아이는 되살림터를 다 뒤집고 정리를 다시 했지요.
빈들모임 준비래야 이불빨래와 베갯잇 빨기, 그리고 이렇게 풀을 뽑는 것 정도.
음식이야 당일 할 테고, 내부 청소는 전날 할 것이고.
화목샘이 손 보태러 오기로 합니다,
교원대 친구들 대표이기도 하여 논의도 마침 필요하고.
서현샘도 붙기로 합니다.
취직을 하고 꼭 두 달이 되니, 이제야 움직일 여유가 생겼을 것.
“천군만마들일세.”
아리샘에다 휘령샘도 다녀가고 유진샘도 오고,
농활 간 은희샘은 무사히 올 수 있을 거나,
품앗이들 모이기 쉽잖은 때인데 몇이 그리 손발 보태기로 하였습니다.
희중샘이 오지 못해 아쉽지만
계자에 오려면 그가 지금 서울을 지켜야 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