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거실 앞 데크 밀기.

지난 가을 공사를 끝내고 흙을 다 털어냈지만

여전히 맨발로 가기엔 흙먼지가 많이 껴있었더랬지요.

솔로 밀고 걸레로 닦기를 여러 차례,

달골 마당 풀도 뽑고,

그리고 달골 베갯잇들 다 빨고,

학교 베갯잇도 내려와 비눗물에 담갔습니다.

 

꽃밭 풀 좀 매다가 다시 달골 올라갑니다.

수로 마지막 배수관 앞은 흙이 가라앉은 지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무성의한 대답처럼 그렇게 수로는 맹탕 바로 배수관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거기 흙이 쌓여 깨야 하거나

뭔가 큰 게 들어가서 막혀 역시 관을 파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그것이 없는 대신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합니다.

블록을 갖다가 막으니 딱 그 크기, 그 앞으로 벽돌도 쌓고.

그러면 흙은 모이고,

물은 순조로이 넘어갈 것입니다.

흙이야 나중에 건져내면 되고.

 

오후, 신부님 한분과 신학대생 세 젊은이가 다녀갑니다.

한 성당에서 청소년캠프 2박3일을 물꼬에서 열 예정입니다.

오늘 그 두 번째 답사.

학교 뒤쪽 티벳길과 대해저수지,

그리고 달골과 우리들의 수영장 거인폭포까지 안내합니다.

원래 일정은 물꼬의 여름 계자와 계자 사이였으나

이곳 사정이 여의치 않다 했더니

그 쪽에서 일정을 조절해준 것이지요.

계자 끝나고 바로 사흘.

 

오후 늦게는 상주 모동에 넘어가 대나무 뿌리를 캐옵니다.

사람 손으로는 쉽잖은 일.

장비가 있어야 하지요.

설비 아저씨랑 품앗이하기로 했더랬습니다, 어제.

캐주는 걸 실어오고,

우리는 다음 주말쯤 포도밭 일을 거들기로.

 

어둠과 함께 빗방울 떨어졌습니다.

절개지에 보온덮개를 덮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모동 가기 전 샀던 바,

얼른 와서 마저 덮었지요.

그리고 대나무뿌리를 내려놓았습니다.

낼 이른 아침 심을 것입니다.

 

빈들모임 신청자들이 넘칩니다.

선배들모임에서도 여럿 온다하고 벗도 친구들과 오고 후배도 동료들과 오고,

당연히 학부모와 아이들도 몇 가정 오고...

작년엔 꼭 서른이었습니다.

올해는 마흔으로 잡았는데,

쉰은 되겠습니다.

얼른 마감공지를 하지요.

관심과지지, 늘 고맙습니다.

 

밤, 마을회의.

사람들이 몇 없습니다.

바쁜 철이라 그렇겠지요.

마을 도로공사 준공식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데,

부녀회에서 음식을 마련해야 한단 말이지요.

“부녀회장님도 오셨는데...”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뭐 사람들이 모였을 때의 결정에 따라야지요.

물꼬 일이 있을 때라면 양해를 구해

미리 장을 보거나 다른 일을 도와얄 테고.

 

풀을 뽑는 일은 역시 명상에 다름 아닙니다.

사유의 시간이기도.

일베의 5.18에 대한 폄훼와 희생자들에 대한 반인간적인 희화화가 가져온 충격과 우울이 오래 이어졌습니다.

그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이영희 선생의 명저를 생각했고,

보수세력의 존재야 균형이다, 라는 전제에서 이 문제를 내내 곱씹었더라지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는 꾸준히 극우세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들은 보수적 지향이 아니라

진보계를 좌익과 종북으로 싸잡아 낙인찍고,

독재를 미화하는 걸 넘어 찬양하고, 특정집단의 기본권을 부정하고,

심지어는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하고 그들의 멸종을 선동해왔지요.

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주장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심지어는 사회적 합의를 분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로 헤집기까지 하였습니다.

“에이, 그래봐야 불과 얼마 안 돼.”

그렇지 않습니다.

일베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대단히 영향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이런 현상이 있게끔 한 현 한국사회의 흐름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합의와 근본가치를 잠식하기 때문’이라는 한 사회학자의 조언처럼

‘그들의 조악한 언어들에 논리를 제공하는 세력을 주시하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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