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26.물날. 맑음

조회 수 706 추천 수 0 2013.07.20 02:54:48

 

마른장마...

 

이른 아침 6W 굴삭기가 왔습니다.

지난 해날 달골 뒤란 무너져 내린 것들을 치우러 들어왔던,

다리공사 현장에서 온 굴삭기에 이어

오늘은 앞으로 쏠려 뒹굴 것 같았던 컨테이너를 내려

달골 아래 메밀밭 가장자리에 옮겨놓으러 왔습니다.

밭 가장자리 길도 좀 다듬어달라 부탁했지요.

일단은 장마 전 말꿈하게 좀 치워졌습니다.

낼모레 빈들모임, 특히 시와 음악의 밤을 위해 올 어르신들이

쓸려 내린 흙들을 보면 마음 얼마나 심란하실까 하여

더 보채듯 치워낸 뒤란입니다.

우선은 그렇게 정리하고 장마 보내고 여름 교육일정들 끝내고 나면

9월 큰비 오기 전 뭔가 또 조처를 취할 말미를 얻을 수 있겠지요.

 

오전 내내 절개지 아래 옹벽 위쪽으로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보온덮개 덮어둔 쪽으로 꼭대기를 흙과 돌로 잘 여미기도 하였지요,

태풍에도 무사하도록.

대나무 뿌리와 함께 왔던 구지뽕 한 그루도

밭가에 심었습니다.

 

오후에는 학교 꽃밭 나무들의 가지를 좀 쳤습니다.

봄에 못했던 일이라 장마기에 하게 된 것이지요.

마치 맛이 뒤섞여 네 맛도 내 맛도 없다는 그 맛처럼

제 색깔 없이 마구잡이로 뒤엉켜 있었던 나무들이었습니다.

어느새 훌쩍들 자라 건물들을 답답하게 가려놓고도 있었지요.

이제 나무 다듬는 일까지 손에 넘어오게 됐네요.

갈수록 바깥일의 범주가 넓어지는 산골살이입니다.

 

잠시 읍내도 달려가 광고간판집에 가서

이생진 선생님의 사진을 작은 걸개에 옮겼습니다.

고래방 무대에 쓰일 걸개야 우리가 그릴 것이지만,

이번에 대문에 달 현수막도 역시 맡기기로 했습니다.

“정말 우리가 손이 모자라는구나...”

아리샘의 안타까움, 예, 필요한 현수막을 늘 우리 손으로 썼던 물꼬이지요.

뭐 그리 할 수도 있는 거지요, 또.

간 걸음에 예취기와 엔진톱도 고치고 왔습니다.

 

그 사이 아이는 목공실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쳤던 새가 떠난 자리를

말끔하게 치워내고,

이장님을 도와 되살림터에 있던 고물들도 치웠더랍니다.

마을 여성분들을 위해 나온 복지카드도 집집이 나눠주었다지요.

제(자신) 일과 마을 일과 물꼬 일을 균형 있게 잘 하고 있습디다.

이 산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아이, 라기에도 이제 커버린,

고마울 일이지요.

베갯잇을 헹구고 짜고 널기도 다 해두었습디다.

 

저녁답엔 달골 다시 올라 심은 대나무에 물주고,

뒤란으로 금줄을 쳤습니다.

‘공사 중’ ‘위험’이라는 조그만 안내문을 매달았지요,

혹여 누구라도 들어가 떨어져 내리는 돌에 다치기라도 할세라.

햇발동의 소품들도 자잘하게 고쳐야할 것들 챙겨 손보았습니다.

내려와 학교의 소품들도.

한 번씩 손님들이 와야 한다니까요,

그게 또 일상공간을 정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이번 빈들모임에 오기로 한 선배들의 전화도 바삐 들어옵니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먹을 것을 맡아 나눠서 오기로 하셨다지요.

“그 산골에 뭐가 있다고...”

하여 과일과 고기와 곡주를 실어온다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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