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윤동주의 시 한 행처럼 멀리 계신 울 어머니 당신 마음은

또 택배로 왔습니다.

감자랑 수박이랑 양파랑 상자 상자들입니다.

“수박까지 뭘 보내요?”

“거기서 귀하다 아이가.”

보내는 김에 감자도 좀 보냈다 합니다.

“너거가 한 게 얼마나 되겠노.”

빤한 농사인 게지요,

밭뙈기에 그저 구색이나 갖춘.

“먹을 사람이 얼마나 많을 낀데...”

이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을 더욱 생각합니다.

그것들이, 아비 어미 없는 것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끝날까지 부모 그늘에 사는 게 자식이거늘,

저런 어미 없는 우리 새끼들...

더욱 섬기는 마음으로!

예, 그리 물꼬 일을 해나가리라 하지요.

 

빈들맞이 청소.

미리미리 구석진 곳 손이 많이 갈 곳은 해놓은 덕분에

수월합니다.

적은 상주인원으로 몇 해 이곳 삶이 돌아가니

덜 허둥대는 길을 찾게 되는 거지요.

특히 글쓰기처럼 닥쳐서야 하는 일들에도

이제 좀 미리 챙길 줄도 알게 됩니다.

분명, 사는 일도, 좀 익어진단 말로 해석하렵니다.

 

빈들을 위해 떡도 좀 주문하고,

쿠키류를 빵집에 부탁도 합니다,

역시 찌고 만들 시간은 빼기가 어렵네요.

소담하나 풍성하고 싶은 잔치상을 마련하려합니다.

비빔밥을 중심으로 놓으려지요.

면소재지 음식 잘하는 어르신이 일러주신 대로

속을 그 방식대로 마련할 생각입니다.

숙주나물을 쓰면 콩나물을 굳이 쓰지 않는데

이번 비빔밥엔 그 둘을 같이 얹어볼 참입니다,

그 댁에서 먹어본 여러 사람들이 참 맛깔나게 드셨다 하니.

 

글을 쓰려고 앉으면 생각했던 말들이 그만 까마득한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그나마 한 메모는 그 의미를 좇아 생각을 이어갈 수 있지만

중요하다, 좋은 말이다, 뜻 깊다, 재밌다, 그리 마음에 다시 새겨놓고도

앉으면 그만 다 부서져서 가루로 앉는 말.

오늘도 오고가는 생각들 많았건만...

하지만, 그런들 어떻겠는지요.

나이 드니 자꾸 더 헐렁해지는데,

뭐 좋게 ‘여유’라 말하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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