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종,

하지만 쫓겨서가 아니라 들뜬 발걸음이었더랍니다.

아침부터 심어놓은 대나무에 물주고 화분들도 목축여주고,

달골 청소를 했습니다.

전체 진행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요새는 그냥 하고 있는 ‘그 일’만으로 즐거움이 한껏입니다.

그런 것도 물꼬에서 배웠습니다.

하고 있는 일, 밥상을 차리는 것이든 청소이든 무엇이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빈들모임.

‘땀이랑 물이랑’.

오후 버스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영님네와 명희님네 두 가정이 빈들을 열었습니다.

잔치가 있는 내일 들어오면 좋겠다 말 전했으나

와서 손 보태고 행사를 같이 준비해준다며 온 게지요.

손을 보탭니다.

아, 정말 저는 ‘아줌마’들이 좋습니다.

일이 된단 말이지요, 특히 부엌에서 하는 일들 말입니다.

두 분이 손이 어찌나 빠른지 척척이었습니다.

사흘 동안 쉰이 넘을 사람들이 먹을 음식재료들 가운데

다듬어둘 것들을 미리 챙겼네요.

 

한바탕 땀 흘린 뒤 류옥하다가 사람들을 데리고

달골수영장으로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와아, 그런 데가 있데요...”

예, ‘그런’ 데가 있습니다.

숲 그늘 드리운 너른 물놀이 공간이며,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녹음을 헤치고 나아가면 나오는 거인폭포와 물미끄럼틀.

돌아올 생각들을 않습디다요.

 

‘춤명상’과 ‘실타래’시간이었으나...

저녁을 먹고 부엌일을 더 도운 사람들이 달골 오르고,

학교에는 휘령샘과 아리샘이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가 초등특수교사들이네요.

만나고 있는 아이들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가 넘칩니다,

당연 부모들 이야기도.

자주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물꼬는 이래서 또 좋습니다.

흔히 둘러앉아 주식얘기들이며가 주요화제거리라는 어느 교무실과 달리

우리는 겨울이면 난롯가에 둘러앉아 여름이면 모기향 앞에 앉아

밤새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한단 말이지요.

“이번에는 리플렛을 만들자.”

지난해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독일과 스웨덴을 다녀오자마자 부랴부랴 했던 행사였지요.

올해는 이런 여유까지 부릴 수 있군요,

준비하는 손들이 많으니.

그런데, 오늘은 정말 밤은 새지 않기, 가 목표입니다만 글쎄...

내일 정작 시와 음악이 있는 자리에는 함께 못하고 떠날 휘령샘은

몇 달 만에 얼굴이라도 보고 행사에 손 보태기라도 한다고

먼 길을 왔습니다.

문구를 확인해서 넘겨놓으니 교무실에선 인쇄물을 만들고,

부엌에선 김치를 담고...

늘 하는 생각입니다만 물꼬는 정말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다는...

사람들이 참 재주도 많습니다요.

 

아, 다섯 시가 다 되어 가는군요...

“날이 밝아온다야. 눈들을 좀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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