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펀한 밤이 지났습니다.

고래방의 ‘시와 음악의 밤’은 마당을 채우고 밤도 물리더니

아침밥상에 좇아 왔습니다.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3년의 꼭 절반이 이렇게 우리를 지나갑니다.

 

아침은 역시 물꼬의 콩나물국밥.

여기 살면서 늘 먹는데도 늘 맛납니다,

물꼬의 국수처럼 김치김밥처럼 된장찌개처럼.

간밤의 강도 아닌 광(狂)도들은 그리 속을 풀었지요.

절반이 떠났고, 절반이 밥상에 앉은 아침이었습니다.

 

이생진 선생님을 비롯 일부의 사람들이 또 떠나고,

마당에서 남자들의 족구가 있었고,

계곡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의 멱이 있었네요.

늘 고마운 하늘입니다.

장마인데, 이리 바짝 말라준 날이라니...

사람들 모여 놀기 딱 좋았습니다.

아무렴 비 추적이는 것보다 더운 게 낫다마다요.

그런데, 종기샘이 족구에 너무 심취해 팔을 대표로 다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생각해야지, 쯧쯧.”

오래 고생하지 않으셔야할 텐데요...

감자샌드위치와 과일과 포도효소를 먹은 앞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남은 일부의 사람들은 보리밥 쌈밥을 먹었더랬네요.

떠나며 형진샘은 쳤던 그늘막(타프 스크린이라 하는 그거요)을

이곳이 더 유용하고 예쁘다며 기증하고 가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전체 진행이 원활하는 동안,

아, 정작 이생진 선생님께 소홀했습니다,

가장 중요했고, 가장 제대로 대접되었어야 할.

조명 아래 그 더운데, 미리 선풍기 한 대를 준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뒤늦게야 알아차렸지만,

마침 학교 안에는 털털거리는 소음의 낡은 선풍기가 전부.

그리고 작동하지 않는 선풍기 하나.

자리끼도 준비해드리지 못했지요.

방배치가 달라지면서 선생님 이부자리도 제대로 살펴드리지 못했습니다.

아, 선생님, 우리 선생님...

올해도 출연료는 없습니다.

그저 차표를 끊어드렸을 뿐.

송남수샘과 김현수샘이 가져온 선물과

선생님 사진이 담긴 두루마리 세 개를 말아 드린 것이 그 주신 마음에 겨우 답례였을 뿐.

선생님,

건강하셔야합니다, 오래 뵈올 수 있도록.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꼭 덧붙이고 싶은 말.

물꼬의 아름다운 청년들 품앗이샘, 아리샘과 서현샘과 휘령샘과 유진샘,

학부모 진영님과 명희님과 아이들,

병선샘과 성순샘과 상찬샘과 주훈샘을 비롯한 물꼬의 논두렁분들,

그 물꼬 식구들...

곁에 있어도 그리운 먹먹한 이 이름자들을 다시 불러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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