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달날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04.11.13 01:55:00
11월 1일 달날 찌푸덩하던 하늘, 저녁에 비 뿌리다

찌푸덩하던 하늘이 그예 비를 뿌리는 저녁입니다.
운동장에 불 피우고
거둔 것들 구워도 먹으며 밤새 노랫가락 흘려보자 했는데...
계자 끝내고 아이들이 비운 자리로
이곳 아이들이 집에서 돌아온 간밤,
몇이 멀미끼로 고생했습니다.
예린이는 토하겠다고 화장실을 세 차례나 달려갔고
혜린이는 또 아침부터 손발이 찼는데
따주고서야 가라앉았네요.
덩달아 잠을 설쳤더랬습니다.
오랜만에 간 집에서 저들도 하고픈 것 많았을 테고
부모들은 한참 만에 본 그리운 새끼들 좋은 곳도 데려가야 했을 테고...

농부의 집, 어부의 집, 나무꾼의 집,...
일하는 사람들의 집을 흙으로 빚었던 아이들이
그들이 함께 모여 살 흙산에 가 집을 얹기로 하였습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나무벽부터 쌓데요.
산 위에 있는 마을의 좋은 점과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할말들이 많았던 갈무리시간,
무엇보다 의논을 충분히 하지 못한 한계를 깨달았더라지요.
다음 공동창작이 기대됩디다.

어젯밤 12시까지 마감해야할 문건이 있었습니다.
물꼬 재정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올 일 년의 학교 성과물들을 정리하기도 하는 일이었는데,
저녁 10시를 넘기며 도저히 능률이 오르지 않아
그만 손 탁 놓았지요.
계자 전부터 며칠을 밤새다시피 했고
계자 기간에도 계자일과 그 일을 두 축으로 몰고 가다
한계가 왔던 겝니다.
오늘은 기필코 해야만 할,
더는 미루면 물거품이 될 일이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개인작업물을 공동작업으로 옮아가
자연스레 스스로들 시간을 꾸리면서
저로서는 온전하게 집중해서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공부, 저리 해야지,
잠깐 잠깐 흙더미에서 바지런을 떠는 아이들을 넘겨다보며
늘 그렇듯 혼자 보기 아까워라 하였지요.

“나는 함께 사는 이의 행복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11월 한 달 동안 저녁마다 나눌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옥샘을 위해서 오늘...”
채규입니다.
‘지가 날 위해 뭘 한 게 있다고...’
평소의 행적으로 봐서(?)도 택도 없는 소리지요.
그런데 아, 저만 모르고 있었더이다.
아침에 온몸이 아프다고 깨고 뒹굴기를 반복하며 늦잠을 잤는데,
삭신이 쑤신다고 하지요,
곁에 있는 한 녀석을 불러 어깨를 만져 달라 하였던 듯한데,
그러고 저는 디룩디룩 잠을 잤더라지요.
근데 우리 채규에서부터 열 녀석이,
세상에나, 삼십분도 더 릴레이하며 주물렀답니다.
어째 쓰러질 것 같던 게 멀쩡하더니만...
“옥샘은 안마기를 열개나 가지셨어요.”
혜린이가 말했습니다.
예, 물꼬에는 안마기가 열이나 있습니다,
성능은 또 얼마나 좋은데요.
그리하여,
행-복-하였습니다,
저들은 저들대로 저는 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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