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달날. 맑다 구름 조금

조회 수 713 추천 수 0 2013.07.25 03:24:25

 

비탈의 감자를 캤습니다.

마늘도 캤습니다.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데도

저들은 저들 삶을 애써 살아주었습니다.

햇볕도 바람도, 그리고 사람들도 고맙습니다, 늘.

빈 밭은 또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차지하며 제 역을 할 것입니다.

제 역할 잘 찾아가는 것이 생명의 길이겠습니다.

 

여름계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일어난다며 전화로 신청을 해오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프랑스를 가서 살던 벗이 한국으로 돌아와

막내를 청소년계자에 보내겠다는 연락도 해왔습니다.

대학을 다니며 품앗이샘으로 이곳에 손발 보태던 자원봉사자들이

어느새 아이들을 키워 보내고 있기도 여러 해,

긴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요 몇 계절 아이들의 방학 일정 추세는,

자기주도학습류의 공부 캠프와

네팔이며 인도며 인디고류의 여행을 떠나는 국외여행,

아니면 어학연수가 대세를 이루는 듯합니다.

물꼬에 모이는 아이들 부류도

이 얼마간의 계절에 흥미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극명하게 최하위층과 고위층으로.

중간계층이 없는 거지요.

고위층이라 함은

물꼬의 질감, 그러니까 가치관을 좀 이해하는 또이또이한 아이들,

공부 좀 하는 아이들 말이지요.

물꼬의 첫 세대(십년 단위로 봤을 때)들은 사회계층적으로 주로 중상위층이 모였더랬고,

그 다음 세대는 전 계층이 다 모여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더니,

이 세대는 판이한 양 쪽 최 끝의 아이들이 모이는 분위기입니다.

계자로 모이는 아이들의 구성이

결국 이 시대를 이해하는 한 축이 되기도 하더란 그런 말?

 

유네스코 산하 청년모임과 연대해서

여러 해 물꼬의 여름 계자를 꾸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사과정을 밟던 주욱샘은

몇 해 전 가까운 국립대에 교수로 자리를 잡았지요.

그 인연으로 사범대 학생들이 오고,

작년에는 MOU체결에까지 이르렀더랍니다.

“못 만나도 한 해 두 번은 봐야지요!”

계자나 특정 교육일정을 앞두고

청소만큼은 손 보태겠다 말해왔습니다.

작년에는 그곳 스물의 청년들이

5월 빈들모임을 같이 하며 여기저기 벽화를 그렸더랬지요.

“옥샘, 그림은 전문가들이 그려야되겠더라.

그리고 너무 큰 규모는 오히려 밥바라지만 힘들겠어.

올해는 소규모로 정말 보탬이 되게 좀 하죠.”

하여 계자 전 청소년계자를 같이 꾸리면 어떨까 머리 맞대게 되었습니다.

청소에서부터 행사 준비를 같이 하며 미리모임(교사연수)을 하고,

청소년계자에서는 아이들에게 대학 선배들이 좋은 안내자가 될 수도 있을 테지요.

대여섯 규모로만 잡기로 합니다.

“샘네 가족들도 빈들모임처럼 오면 더 좋겠다.”

우리 인엽이가 벌써 초등학교를 들어갔고

정엽이도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열의 규모로 붙기로 합니다.

류옥하다가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비우게 되는 물꼬인데,

그 아이의 손발에 의지하며 보낸 몇 해인데,

아, 이 여름을 지나가기 꽤 벅차기도 하겠다 싶더니

그렇게 또 일이 되어갑니다.

샘들이 때마다 우르르 와서 큰 규모 교육일정을 수행해내지만

샘들이 오기 전 상주하는 이들이 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샘들 맞을 준비를 이곳에 내내 있는 이들이 하고,

그러면 샘들이 들어와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요새 물꼬의 시스템은 그러하니.

 

법정에서 대치하는 한 가족을 일 년 넘게 보고 있습니다,

흔한 일이기도 하다지만 멀지 않은 곳에선 또 처음 보게 되는.

가끔 사람살이를 들여다보면

미움이야말로 생을 밀고 가도록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사람 미워하는 데 우리 생을 쓰지 않기,

측은지심을 잊지 않기,

연민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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