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오,
한여름 밤 어린 우리들에게 등골 오싹하게 하던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
달골에는 무덤 하나 있습니다.
산기슭이니 여기저기 있기도 하지만 집 바로 옆에.
자정께 거기 긴 머리 여자 하나 흙을 파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면 다리 후덜거렸겠지요.
늦은 밤 달골 오르니 절개지에 덮어둔 보온덮개가
바람에 날려 사이사이 벌어져있고,
아랫부분이 풀풀 날리고 있었습니다.
낼 비 온다던데, 그런 속에 비 내리면 큰일이겠다 하고
그 밤에 모종삽이며 호미 들고 흙을 파 아래 쪽을 여몄더랍니다.
오늘 소사아저씨는 종일 빨래방 비닐하우스 안에서
어제 캔 감자를 크기별로 분류해서 컨테이너에 넣고,
마늘도 크기며 상한 거며 먹을 차례를 정하고 종자를 갈랐다지요.
티벳승 남카스님의 초대장도 왔습니다.
오는 해날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현신붓다로 불리는 달라이라마의 장수를 기원하는 모임이 있다지요.
마침 그 다음날 달날 일정도 서울에서 하나 있기
잘 되었다 하고 간다 기별 넣었습니다.
티벳, 우리의 영적단계를 올려준 그들의 문화를 깊이 존중하며,
오랜 세월 제 나라를 떠나거나 아직도 그곳에서 핍박받는 그들의 삶을 지지하며,
때때로 그리 마음 보태고 있지요.
산골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내내 살던 아이가
서울서 한 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필요도 있겠다 하고,
고등학교는 좀 다녀보면 어떨까 준비를 좀 한다지요.
“넘들 그만두는 고교를 새삼스럽게...”
그러면서도 마음은 그리 기울었는지 고입검정을 보기로 결정을 했고,
물꼬에 있는 한 도저히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니
아예 거처를 옮겨 준비를 좀 하기로 한 것.
가까운 곳의 기숙학교를 다니며(적어도 한 해는) 주말에는 물꼬에 손을 보탠다,
별일만 없다면 현재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달의 자취가 될 겝니다.
같이 가서 짐 부려놓고 먹을거리도 좀 챙겨놓고...
흥건하게 며칠 보냈던 빈들모임 뒤라
오는 고속도로 위가 길었습니다, 쉬어 쉬어.
고단했던 모양입니다.
남도에서 어머니의 택배가 또 와있습니다.
저장용 반찬들이랑 또 수박.
이 산골서 귀하다며 연신 보내오는 수박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부모그늘에 사는 우리들,
자식 살 집 지으러 저승까지 먼저 가는 우리 부모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