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은 커피가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냄비에 조금 덜 볶아 즐겨 마시는 걸 알고
가끔 생두를 보내오는 후배가 이번에는 다르게 보냈습니다.
더운 여름을 아는 게지요,
일 많은 걸 아는 게지요.
그리 마음을 쓰며 살아가는 일이 고맙습니다.
해도 해도 일 끝없는 산골 낡은 학교라지만
그렇게 손발 마음들이 모여 꾸려집니다.
이런 것도 ‘연대’라고 부를 테지요.
그리고 그것이 일과 사랑과 보람과 함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터.
약속 없이 한 가족이 방문합니다.
대문 앞에서 그냥 보내질 때도 있지만
이 먼 곳까지 걸음한 그 마음을 봐서
웬만하면 차 한 잔 나누려지요.
영동 저쪽 끝에 산다는데, 귀농한 이들입니다.
언젠가 지역도서관에서 여기 아이를 만났다던가요.
마음에 내내 있다 멀지 않은 곳 다녀가며 한 걸음이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늘 물꼬의 홍보대사들입니다.
오후에는 다시 포도밭으로 달려갔습니다.
영동 한살림생산자모임의 회장 조정환샘네 광평농장,
물꼬의 큰 그늘인.
일 해달란 적 없지만
손이 필요할 때 잠깐 도움이 얼마나 큰 물꼬인가요,
농사일도 그렇겠다 그 마음을 짐작해 지난번 포도순을 칠 때처럼
어제오늘 보태기로 한 손이랍니다.
포도봉지 씌우기 2차.
뻐꾸기 가까이 울고,
인간사가 퍽 아득도 합디다.
명상수행이 어디 달래 있을까요.
해 기울어질 무렵 숲에서 모기가 벼룩처럼 밭으로 들었지만,
마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포도주며 또 잔뜩 차에 실어주신 것들...
고맙습니다, 번번이 철마다 얻어먹는 농산물이 얼마나 많은데 또...
계자신청기간입니다.
대전에 사는 한 아이는 머잖은 곳의 OO놀이학교를 방학이면 다녔다는데
그곳이 문을 닫아 물꼬를 오게 되었답니다.
‘노는’ 공간들이 자꾸 줄어듭니다.
물꼬가 오래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그 놀이 속에 얼마나 큰 배움들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까닭에.
소나기처럼 내리는 창대비.
이러면 또 걱정을 키우지요.
달골 뒤란 말입니다.
이른 아침, 조정환샘이 두 번째 소개해준 토목업자가 방문,
철망태기에 돌을 채워 쌓아나가는 궤변이 최선일 거라는 조언.
그런데, 그러자고 해도 또 안으로 절개지를 더 잘라가야 합니다.
최대한 덜 건드리는 방식으로 해보자 물었겠지요.
그게 또 물꼬의 가치관 아니겠는지요,
자르고 떼어내고 깎고 그런 방식 말고.
녹생토를 다시 권합디다.
대략 견적을 뽑아보겠다데요.
예상하는 금액은 애초 한 건설업체가 제시한 것의 5분의 1.
그것만도 아주 커다란 금액이지만.
이리저리 알아보다보면 길이 생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