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뽑아두었던 배추를 다듬을 짬이 생깁니다.
‘제때’가 이리 어렵습니다.
제때...
자신의 삶도 피어오를 그때가 있을 테고
만개해서 떨어지는 그때도 있을 테지요.
제 때를 아는 것, 새삼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이었습니다.
식구들이 달골 올랐습니다.
6월 빈들모임 이후 달골 뒤란에 또 툭 떨어져 내린 흙덩이를
공사 전까지 적어도 흉물스럽지는 않게 정리해 두려지요.
굳이 아이들이 와서 이곳을 드나들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험도의 수치가 말 그대로 위험도까지는 아니어도
누구라도 쳐다보는 심정이 무겁단 말이지요.
하여 더미들을 좀 정리했더랍니다.
근원적인 대처법이야 계속 찾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면소재지에 잠시 좇아갔다 옵니다,
남도에서 울 어머니 보내주신 커다란 수박 한 덩이 들고.
외지에서 들어온, 나이 드신 분들의 한 모임입니다.
몇 해 여러 나라를 돌고 돌아온 직후
잠깐 참여한 적이 있던 공간이지요.
소원해지며 약간의 껄끄러운 일도 있었던 노부부가 있었는데,
얼마 전 길에서 만나고 보니 서로 야속함보다 반갑기가 더했습니다.
머잖아 한번 놀러가겠노라, 그래놓고 틈을 보았더라지요.
그런데, 시간, 그거 무섭습니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요.
그래서 시간에 기대는 거지요.
분노도 생채기도 가라앉고 아물고 하는.
해서, 다 지나가리라, 라는 지혜가 나왔을 테고.
면에 나간 걸음에 새마을지도자 면 회장이랑 잠시 차 한 잔.
마을 부녀회장도 새마을지도자입니다.
그러니까 마을마다 남녀 새마을지도자 둘을 두고 있지요.
소속 면에 대한 두어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나려는데,
여름에 학생들 많이 들어오지 않냐며,
감자를 굵은 놈으로 한 상자를 실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밭은 무섭게 풀들 오르고 있습니다.
“비닐 좀 깔지!”
보는 어르신들마다 꼭 한 마디.
정말 내년엔 그럴까요?
비닐 깔면 이미 아열대생산품이 된다고 생각해왔던 터인데,
그래도 나고 자라는 데 아무것도 모르고 먹는 것들보다야 낫겄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