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대비,
대해리는 구름 조금.
대해리는 큰비를 꼭 그리 피해가는 산마을입니다.
96년 가을부터 드나들며 본 바로는
거친 날씨가 주는 위협이 크지 않은 지형.
하늘 일을 누가 알랴만
여태 그러했더란 말이지요.
밖에서 부모님들이 계자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연일 나오는 큰 자연재해 소식에 걱정스런 연락들이 온 적도 적지 않았는데,
번번이 우리는 다른 세상에 있고는 하였지요.
학교만 해도 산사태가 혹은 홍수가 걱정되는 곳 아닌,
어쩌면 마을에서 가장 안전지대에 학교를 두었구나 싶은.
또 다른 토목업자가, 광평의 조정환샘이 다시 연결해준, 며칠 전 다녀가고
오늘 그 견적에 대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괴변(?)과 녹생토에 대한.
이들은 철망태기에 돌을 채워 쌓는 방식인 괴변을 권합니다.
8월 계자를 끝내놓고 9월 큰비 오기 전, 그렇게 일단 일정만 잡혀있고
방식을 결정하지는 않은 채 이렇게 날이 흐릅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가늠해봅니다.
7월이 왔고, 여름 일정을 하나씩 준비해가는 한편
여러 날 밭에 들어가 있었더랬습니다.
손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포도밭에서 봉지를 싸기도 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어둑하도록, 때로 창대비가 내리는 밭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러 수행에 다름 아니었지요.
그 시간은 심지어 비장해지기까지 하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살아가며 끊임없이 만나는 날카로운 칼날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끊임없이 들쑤시는 상처에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
그리하여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삶의 품격을 지켜가도록 돕기 위해
이 여름은 아이들과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그것은 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기도 할 겝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의 연락입니다.
그곳 청소년들이 국토순례를 한다는데,
마침 청소년계자 기간에 물꼬에 합류하여 지낼 수 있겠는가를 물어온 것이지요,
전체일정에 함께하지 못한다면 일부로,
혹은 운동장 공간만이라도,
또는 그저 짧은 강의만이라도 아니 되겠냐는.
일단은 어렵겠다 싶은데,
한번 고민을 해봅시다려.
청소년계자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소식 올려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