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10.물날. 맑음

조회 수 706 추천 수 0 2013.07.26 10:21:04

 

마을 일로 하루를 다 보낸.

손대지 못한 우리 일이 떡 허니 벽처럼 섰는데도.

... 뭐 어느 일이고 했으면 됐지요.

 

더웠습니다, 퍽.

비 안 왔습니다, 종일.

“비 오는 것보다 더운 게 낫지.”

마을에서 도로 확포장 공사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군청에서도 면에서도 사람들 우르르 왔지요.

마을에 행사 시나리오가 여러 날 전에 도착해있었고,

사회를 볼 사람이며가 읽고 또 읽으며 식을 준비했더랬습니다.

부녀회에선 점심을 준비.

학교와 마을회관을 몇 차례 오가는 속에

어느새 뚝딱 상이 다 마련되었고,

상차림이 좋더라, 맛있더라는 인사들 속에

부녀회원들 뿌듯해들 하고.

잔치를 하고 음식규모가 딱 들어맞다면 그만큼 또 흡족한 일이 더 있던가요.

“밥도 딱 맞대!”

 

“뭐 햐아? 어디여?”

저녁답 이장님의 전화입니다.

“교무실이요.”

“바뻐?”

오늘 손님치느라 애썼다며

어르신들이 저녁도 마을회관 와서 먹자셨습니다.

“여름날 불 앞에서 밥 한 끼만 안 해도 크게 일이 줄어.”

그렇지요.

소사아저씨 동행하여 회관서 밥 먹었습니다.

마을이랑 학교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기야 첨예하게 이권이 대두돼보지 않는 한

서로 나쁠 게 무에 있습디까, 관계가.

 

스물하나로 청소년계자 신청을 마감했고,

중고생들이 모이기 쉽잖을텐데도 고마운 일이지요,

한 보육원 아이들의 계자 결합도 행정조율을 마치고,

그리고 밥바라지 한 엄마의 연락.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하게 된 사연과 걱정과 애타는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이야 어찌어찌 되어가지요.

그게 또 물꼬의 강점 아니더이까.

같이 움직일 ‘아름다운 청년’들 샘들을 믿는 거지요.

누구보다 ‘물꼬 영광의 이름’인 우리 빛나는 새끼일꾼들도.

 

초등교사모임에서 교실을 소재로 한 일본드라마 하나가 화제.

몇 편을 며칠에 걸쳐 챙겨보았더랍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가르칩니다, 언제는 안 그랬던가요.

당당하지 못했던 우리 삶들이 장막을 벗고 앞에 서지요.

아, 어깨 펴지 못했던 내 어느 삶의 구석들...

지금은?

지금 우리는, 나는, 괜찮은 건가요,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3446 2013. 7.13.흙날. 도깨비 비, 축축한 하루 옥영경 2013-07-28 912
3445 2013. 7.12.쇠날. 그래도 해가 옥영경 2013-07-28 693
3444 2013. 7.1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3-07-28 688
» 2013. 7.10.물날. 맑음 옥영경 2013-07-26 706
3442 2013. 7. 9.불날. 가끔 흐림 옥영경 2013-07-26 686
3441 2013. 7. 8.달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3-07-26 752
3440 2013. 7. 7.해날. 안개에서 드러나는 마을 옥영경 2013-07-26 687
3439 2013. 7. 6.흙날. 안개 머금고 열리는 마을, 그리고 맑음 옥영경 2013-07-26 714
3438 2013. 7. 5.쇠날. 종일 비 옥영경 2013-07-25 845
3437 2013. 7. 4.나무날. 차차 무거워지던 하늘, 저녁에 비 뿌리고 밤 굵어지다 옥영경 2013-07-25 899
3436 2013. 7. 3.물날. 비 개고도 계속 흐린 하늘 옥영경 2013-07-25 705
3435 2013. 7. 2.불날. 비와 해와 구름이 뒤섞여 옥영경 2013-07-25 779
3434 2013. 7. 1.달날. 맑다 구름 조금 옥영경 2013-07-25 712
3433 2013년 6월 빈들모임(6/28~30) 갈무리글 옥영경 2013-07-20 845
3432 6월 빈들 닫는 날, 2013. 6.30.해날. 맑음 옥영경 2013-07-20 781
3431 6월 빈들 이튿날, 2013. 6.29.흙날. 맑음 /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옥영경 2013-07-20 1073
3430 6월 빈들 여는 날, 2013. 6.28.쇠날. 맑음 옥영경 2013-07-20 722
3429 2013. 6.27.나무날. 조금씩 무거워지던 하늘, 그리고 빗방울 몇 옥영경 2013-07-20 698
3428 2013. 6.26.물날. 맑음 옥영경 2013-07-20 699
3427 2013. 6.25.불날. 점점 무거워지던 하늘, 어둑해서야 감질나게 비 뿌리다 옥영경 2013-06-28 86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