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16.불날. 흐림

조회 수 717 추천 수 0 2013.07.28 11:04:33

 

택배가 도착합니다.

산오름에 쓰일 사탕과 파이입니다.

물꼬의 계자를 알아서 챙길 수 있는 물품이었고,

물꼬의 살림을 알아 더해준 마음이지요.

밥바라지엄마 인교샘의 선물입니다.

올 여름 일정을 아이만 보내게 되어

미안함과 아쉬움과, 그리고 사랑을 보낸.

고맙습니다.

일정 시작이 수월하도록 하루이틀이라도 손 보태기로 하지만

마음만 받습니다요.

못 도와주고 있는 마음이 더 애닯을 것.

샘, 일 잘 봐요.

그래야 겨울에 더 가볍게 오지요.

물꼬의 야전(野戰)성 혹은 게릴라성은

결국 모든 일정을 거뜬히 가뵈얍게, 그리고 최상으로 만들어내지 않던가요.

 

여름일정 무렵엔 그 준비과정 한가운데 목수 안명헌샘이 꼭 등장합니다.

이곳에 사는 아이랑 붓글을 같이 쓰는 동문으로 맺은 인연이지요.

자잘하게 고쳐야할 나무 관련 일을 모아

학교에서 일한 적이 있고, 학교 일을 많이 해본 당신이

참으로 야물게 해주십니다.

하루에서 사나흘을 물꼬의 일꾼이 되어주시지요.

물론 임금을 지불하지만

우리는 알지요, 그것만이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란 걸.

밖에 계시나 물꼬 소사 일을 봐주시는.

고추장집과 간장집 마루, 흙집 들머리 계단이 결국 썩어내려

올 여름엔 그것부터 고치려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팔을 다치고,

아물지 않아 당신 댁 천장 일도 사람을 써서 고치고 계시지요.

그런데, 참으로 고마운 물꼬의 삶,

가까이 목수 일을 하는 젊은 청년이 있어

손을 보탤 수 있다는 전갈이 오늘 왔습니다.

이러니 어찌 물꼬 일을 못 하겠다 하겠는지요.

누군가가 못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일을 이어가니 말입니다.

서로의 일에 대해 품앗이를 하기로 하고

낼모레 걸음하겠다 합니다.

고맙습니다.

 

브루스 채트윈!

가슴 떨리는 이름자.

읽고 싶은 책이 있었으나 도서관에도 없고,

그렇다고 서둘러 읽을 책도 아니어

다른 책에 혹은 다른 일에 이리저리 떠밀리고 있는.

그래도 마음에 내내 남아 ‘꼭’ 챙기고자 한 책.

‘다각도에서 명백한 최고는 아닐지라도 매우 특별하게 전설적이다’

출판 당시부터 전대미문의 스타일이라는 평과

여행문학의 신기원이라는 헌사가 붙은 작가.

이 작가의 데뷔작을 독자들에게 안내할 방법이 아쉬웠던 서점들에서

‘뉴논픽션’이라는 서가를 따로 만들었다는 후일담도 있지요.

그의 데뷔작과 마지막 출간작을 결국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의 일로부터 내일의 계획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그의 탐구가

어떤 것보다 매력적입니다.

그 매력이 계자의 뜨거운 날과 함께

이 여름의 삶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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