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복사기를 확인하는 것도 계자 준비의 큰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밖에서 인쇄를 해오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글집이며 다 해결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친구가 복사를 하는데,

고장이 나고 말았다 했습니다.

아주 불안한 큰 소리를 내고 있었지요.

오래도 된 것이니, 늘 조마조마한 바도 있어...

그런데, 이 산골, 뭔가를 수리하는 일이 쉽잖습니다.

복사기를 고치는 쪽에서 열흘 안에는 움직이기가 어렵다지요.

이를 어쩌나, 실어나가야 하나, 애를 태우는데

몇 차례의 사정에 전문가가 왔습니다.

“그냥 종이 걸린 건데요.”

이런!

종이 걸리면 뺄 줄 압니다.

간단한 관리는 충분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걸 않고 굳이 전문가를 이 산골까지 출장비 주어 오게 한 것이지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문제가 생겼다’에서 출발하지 않고

‘고장 났다’는 전제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것이 고정화되어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었던 것입니다.

아, 그 첫걸음부터 점검하기, ‘처음처럼!’.

또 뒤통수 한 대 맞은 삶입니다요.

물꼬의 논두렁이고 학부모이기도 한 황선미님의 선물이 닿았습니다.

때마다 계자며 스승의 날이며

혹은 귀한 뭔가를 보고 그걸 보내오는 당신입니다.

물꼬가 무엇이어 사람들은 그러는가 싶어 더욱 힘나는 한 때.

 

엊그제 다녀간 복지사 가운데 한 명의 메일이 닿았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정성스럽게 설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방문했었던 중앙사회복지관에 사회복지사입니다.

“...

선생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 많이 감동받아서

나중에라도 꼭!!꼭!!다시 뵈었으면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자신이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느꼈던 많은 것들을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 많았더랍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었다지요.

이번 만남에 배운 거 많아 감사도 하고

혹시 일하다가 조언을 구할 일이 생긴다면 연락해도 되겠냐는.

그럼요, 그럼요.

요새 가장 뜨겁게 생각하는 말이 ‘연대’이거든요.

 

청소년계자는 다른 품앗이샘들 없이 홀로 꾸려왔습니다.

아주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여

조금은 은밀하게 진행하는?

그런데 이번에는 충남대 사범대 몇 친구들과 함께 해보기로 했지요.

하여 오늘이 교사연수이자 청소년계자 미리모임인 셈.

주욱샘과 은희샘과 인엽이와 정엽이,

우민샘, 유림샘, 수진샘, 용호샘, 원규샘, 현진샘.

정말 충남대 사대의 정예부대들이 왔습니다요.

사람들이 올라치면 먼저 기본청소를 하고 맞는데,

너저분한 채로 맞습니다.

왜냐, 같이 준비를 하러 오는 거니까요.

그렇게 같이 청소년계자를 준비합니다.

 

과일이며 곡주며 먹거리며와 함께 그들을 앞세우고 오신 교수님 주욱샘.

흥과 힘을 주는 사람,

긍정의 에너지를 물결처럼 번지게 하는 사람.

“못 와도 일 년에 한번은 꼭 와야 돼, 물꼬.”

그의 말처럼 정말 한번은 봐줘야 합니다,

물꼬가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청소년계자 교사미리모임’의 첫 시간은 ‘소금꽃’.

공간안내와 일나눔이 있었고,

땀 난무하도록 움직였지요.

젊은, 아니 어리다고도 말할, 친구 둘이 밥바라지로도 잘 붙어

퍽 일이 수월합니다.

주욱샘은 뙤약볕에서 예취기 열심히 돌렸지요.

“샘, 이거 일 년에 한번은 제 일입니다.”

한국에서 일찍이 이런 교수를 본 적이 없었던 듯합니다.

이 학생들은 복도 많지요, 이런 교수와 함께 공부를 하니.

그러니 보고 배우는 게지요.

샘들, 일 정말 열심히 합디다요.

일을 하려면 일이 되게 해야지요, 아암.

 

한바탕 일을 끝낸 모두가 낫을 갈고 계곡행.

가는 길 풀섶을 정리하기 위해.

뭐, 일만 했겠는지요, 물에 텀벙!

그 사이 재봉틀이 고장 나 정작 만들고 있던 아이 옷은 진척도 없이

고치느라 진땀만 뺐네요.

“차도 다닐 수 있어!”

그렇게 널찍이 풀들을 다 베 두었답니다.

그런데, 슬쩍 이는 걱정 하나.

사람들에게 알려져 무시로 드나들면 어쩌나요.

우리만 누리겠다는 생각보다 망가지는 게 걱정이어.

“에고, 들머리는 좁게 두었어야 할 걸...”

그래도 애들 다니기 시원시원하겠어서

맘도 그리 훤해지는.

 

저녁,

밖에 불을 피워 고기도 구웠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교사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물음과 함께.

은희샘은 교사미리모임이 원활하도록

설거지를 홀로 다해주었네요.

갈수록 빛이 나는 아이들이 더 예쁘듯

관계 또한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관계가 당연히 좋지요.

여러 해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한층 좋아지는 이 관계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늦은 밤 모두 달골행, 달빛 받으며.

일정을 끝내기엔 아쉽지요, 이 좋은 밤.

마음에 담은 것들 실타래처럼 풀어놓고

아이들 맞을 내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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