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이 꾸리기로 한 청소년계자였습니다.

스물하나의 청소년에 물꼬 신입 품앗이샘들 여섯,

한 가족 넷과 대해리 식구 둘,

보육원에서 다섯 살 나이 때부터 물꼬랑 맺은 인연 스물한 살의 청년.

그런데 얼마나 일 많은 이 시대 청소년들인가요,

갑자기 일 생긴 아이들 넷이 못 오게 된...

그래도 꼭 서른이 함께 하는.

 

아이들 들어오기 전 샘들의 움직임은,

아니 주욱샘이 얼마나 마음을 단단히들 먹게 했는지,

어찌나 잘 움직이며 맞이준비를 하는 청년들이던지요.

뙤약볕 아래 먼저 보여준 주욱샘의 움직임부터.

그 뜨거움을 무어라 말할까요.

한 인간의 애씀이 다른 인간을 밀어가줍니다.

그 고마움을 또 어이 다 말할 수 있을지요.

 

청소년들이 왔습니다.

아주 아주 무더운 날씨입니다.

이 산마을이 그렇다면 밖은 얼마나 높은 기온일지요.

일곱 살부터 드나들던 아이도 오고,

남매가, 형제가 오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오기도 하고,

대학 때 만난 벗의 아이가 오기도 하고...

 

물꼬랑 맺은 인연에 대해서 운을 떼는 인사에서부터

숙제로 가지고 온 각자의 글과 책을 나누기도 하고,

이런 날 안 가면 후회할 계곡에도 들어가니

어둠 짙어졌지요.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한가,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어떻게 삶을 타고 갈 것인가,

평범함이나 비범함과 상관없는 인생의 품격을 어떻게 견지할 것인가,

끊임없이 상처 입히는 것들로부터 내면을 어떻게 강건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내 삶을 밀고 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청소년계자의 흐름은

‘외가닥’에서 ‘동아줄’로.

그것은 하나하나의 외딴 존재가 함께 엮어가는 삶에 대한 경험을 가진다는 의미이고,

나 하나로 봤을 때는 내 성장을 말함이겠습니다.

그리고 깊어지고 넓어지는 시간,

그토록 대학 내내 달고 다녔던 변증법이 생각나는군요.

김수영의 ‘헬리콥터’라는 시를 읽으며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아, 너무나 인상 깊었던 아이들의 연극 두 편.

장작놀이 뒤였는데요,

더위가 지치게 했던,

그래봐야 그런 밤이 한 해 사나흘에 불과한 이 산골의 하루가

그만 다 가볍게 털어지는,

그래서 관객의 하나로서 답례 노래라도 하나 안할 수 없었던,

비로소 약간의 서먹함이 그만 다 달아나버린.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들 잠자리로 갔습니다,

아쉬워 아쉬워하며.

이러니 청소년계자가 겨우 이틀이지만 질감으로야 3박4일.

시간도 시간이지만 나누는 이야기의 밀도 면에서도.

 

아, 모다 애쓰셨습니다.

학기를 막 끝내자마자 달려온 아이들,

그리고 자원봉사자에 걸맞는 샘들이셨습니다.

만나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아, 은희샘과 아이 둘은 먼저들 떠났더랍니다.

또 머잖아 뵈어요.

정엽이랑 인엽이도 곧 계자를 올 때 되었지요?

저것들의 외할미이고, 이모이고 고모랍니다요.

우리 아이들 누구에겐들 아니 그렇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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