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좋아한다며?”

모아서 준다던 이웃분이 있었는데,

정말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가지 한 망태기와 장아찌 하라며 아삭이고추와

감자까지 두 콘티 주셨습니다.

일손 하나 보태드린 일 없이...

내년엔 그 댁 밭에도 들어가야지 하지요.

굳이 우리농사 짓겠다 할 게 무에 있겠는지요.

그리 도우며 나눠 먹어도 좋을 것.

마을 한가운데 있는 학교인데도 자주 마을과 더러 멀고는 했는데

좀 가까워진 거리가 즐겁기도 하지요.

다만 마을에서 유일하게 유기농사를 짓던 우리이고 보니

관행농을 먹게 되는 일이 퍽 아쉽기는 합니다만,

뭐, 넘들 다 먹고 사는 건데요...

 

목수 성범샘이 와서 목공일의 범주를 정합니다.

여름일정이 시작되기 전 와서 학교 이곳저곳을 살펴주시는 안목수님이

다친 팔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용케 또 누군가가 이곳을 살펴줍니다.

해야 할 몇 가지 일들 가운데,

고추장집과 간장집 마루를 뜯어야 다시 마루가 될 테고,

흙집 들머리 단 역시 뜯어야 다시 멀쩡한 단이 될 테지요.

가마솥방 밥상머리공연무대는 이번에 하기엔 일이 너무 크고,

아이들 뒷간 변기를 다시 만드는 일은

시간문제로 역시 어려울 듯하고.

사택 두 곳의 썩어 내린 마루를 뜯어냅니다.

 

행운님과 퍽 오랜만에 연락입니다.

오랜 세월 물꼬 아이의 학부모였고,

논두렁이셨고, 안내자셨으며, 벗 같은(그러나 어려운) 당신이시지요.

지난겨울 끄트머리, 오고간 문자가 전부였더랬습니다.

“생각하는 게 인사이지요.”

생각은 하나 전화 한번 드리기 쉽잖다는 얘기에

당신 그리 말씀하셨더랬습니다.

건강악화로 달골에서 수개월을 요양하셨고,

다녀가신 뒤 큰 수술에 이어 그간 세 차례의 재수술을 하셨다지요.

존재하셔서 고마운 분이 어디 한두 분이실까요.

긴 세월 물꼬를 지켜주셨던 한 분,

오래 계셔주시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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