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14.물날. 맑음

조회 수 700 추천 수 0 2013.09.02 00:28:25

 

아침 안개 자욱.

이른 아침부터 벌레들 짱짱하게 웁니다.

‘오늘도 덥겠고나...’

그래도 어제 칠석 지났다고 밤은 가을을 예고하고 있네요.

찬 기운으로 한밤중 잠을 깼더랍니다.

 

유기농 광평농장 들러 배추씨앗 놓았습니다.

이 여름을 어이어이들 견디고 그리 또 모였더랬지요.

올해도 지난해처럼 당신들이 모종을 길러주시기로 하십니다.

토마토 한 바구니에 오이를 밭에서 막 따내도 주셨지요.

가지 좋아한다고 가지도 한 아름.

늘 이리 받는 것만 많습니다.

다녀오면 꼭 친정나들이 하고 온 듯.

보태는 손은 하나, 오는 인사는 열!

가까이서 농사건 사람살이건 배우는 게 또 얼마인데...

 

벌써 한 고교는 개학.

이틀을 머물고 가신 고교 은사님, 출근하시자마자 전화하셨습니다.

“결례가 많았네요...”

무슨요!

“... 남자손이 필요한 곳이 많겠더만...”

그렇지요.

낡고 너른 살림을 자꾸 안쓰러워하십니다.

조만간 필요한 것들 챙겨 또 들리겠노라시지요.

선생님 이제 2년 남으셨습니다, 퇴임이.

20대 청춘의 마지막 교단에서 고교생으로 만났더랬지요.

그때 걷던 걸음걸이, 그때 하던 말들, 그때 했던 생각들까지

샅샅이 기억하고 계시는 당신이셨습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그리 기억하는가, 묻습니다...

 

새끼일꾼, 이라지만 나이들이야 스물인, 둘.

시청 앞으로 촛불집회 가면서 물꼬 생각하노라 소식 넣어왔습니다.

“고맙다. 나도 마음 거기 있겠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새삼 떠올리는 문장입니다.

우리가 단결해야 하는 까닭;

남양유업이 대리점주에게 어떤 횡포를 부렸는지를 보았고,

대한항공 기내에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포스코 임원이 승무원에게 행한 포악한 행동을 보았으며,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성접대 동영상을 보았고,

마침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방미 중에 일으킨 성폭력 사건을 보았습니다.

그건 한 미친 개인의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한국사회에서 권세를 누리고 있는 집단들에게 익숙한 사고와 행동방식,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힘을 갖고 있는 갑의 진상,

절대권력, 그것이 주범이라 한 사회학자는 말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힘 있는 자는 법과 윤리의 통제권 바깥에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습니다.

노예적 자본주의 사회!

노예제가 무엇이더이까.

인간에 대한 인신적 지배와 생사여탈권을 힘 있는 자가 가지는 것.

을은 노예입니다.

갑의 전성기는 오래 되었고, 오래 될 것입니다,

을이 단결하지 않는 한.

‘만인의 인권은 오직 힘 있는 자들의 힘을 제한할 수 있을 때만 보장된다.’

갑의 전성시대는 을의 당당한 반항을 통해서만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약한 을.

홀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지요.

그러므로 서로를 지켜주는 단결이야말로 우리들 구원의 길.

여기 우리가 국정원을 향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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