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데기 구름이 비 뿌릴 듯 뿌릴 듯

장난 거는 아이처럼 간작거렸습니다.

어제도 낮 한 때 그런 순간 있더니.

더운 기온으로라면 소나기 내릴 법도 하련만.

저녁답에야 겨우 소나기 흉내 내며

잠시 비 몇 방울 뿌린 하늘이었더랍니다.

소나기라고 부르기 멋쩍은 한소끔 빗방울.

하늘은 그렇게 살짝 숨 쉴 틈 주고

다시 기온을 달구고 있었지요.

서늘함 틈타 잠시 땅콩 밭도 매었습니다.

 

지독한 여름을 지나는 동안 또 두 어르신을 보냈습니다.

2004년 물꼬가 상설학교를 열던 때

초대장을 받는 이로 방송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던 학교 앞 큰마 한 분,

오래 홀로 사셨습니다.

그리고 학교 뒤 댓마 길 모퉁이

키가 겅중하던, 꽃 잘 가꾸고 늘 수줍은 새악시 마냥 웃던 할머니,

얼마 전부터 딸네에 가서 지낸다는 소식 있었고

그 소식의 길이만큼 마당에 풀 그리 자랐더랬지요.

결국 떠나셨단 소식.

산마을 사람의 일이 그러합니다...

 

계곡은, 그 북적이던 계곡은

정말 개미새끼 한 마리 없이 조용해졌습니다.

썰물처럼 그리 빠져들 나갔지요.

주말 끝이군요.

어제는 종일 전화 받을 짬이 없었네요.

촬영도 있었고, 손님들도 있었고.

한 선배가 태양광 관련 교육으로 하루 내내 대여섯 차례 연락을 시도해 왔는데,

오늘 아침에야 연결.

마침 가까이서 있었던 교육.

일정 끝나 물꼬 들어와서 같이 민주지산 올랐습니다, 가볍게.

하산주도 마셨지요.

벌써 사람들이 비우고들 떠나

주막집도 청소를 하고 문 닫을 채비를 하고 있데요.

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한 젊은 사업가의 이야기,

그리고 이전 살아온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인간이 걸어온 길은 그가 어떤 성과를 거두었든 아니든

그 수고로움에 고개 숙여질 밖에.

“이거 여기 쓰나?”

실려 있던 자전거를 내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밤, 상현달 밝게 떴더이다.

그 절반의 빛만으로도 산마을이 다 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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