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마을이 깨어나고 산이, 나무가 기지개를 켜는 풍광 소리를 듣습니다.
높은 매미들 소리, 오늘도 뜨겁겠고나...
오늘은 하루 놀기로 한 날.
계자 끝내고 이어 다른 단체의 청소년캠프가 이어졌고,
방문객들이 있었고, 촬영까지 있었습니다.
여름일정 뒤 비로소 쉼이 있는 하루.
뜨거운 여름을 잘 난 것에 대한 찬사쯤 되려나요,
선배들이랑 극장에 있었습니다.
사실은, 우리는 숲에 들어가 있어, 혹은 계곡 나무 그늘 아래 있어,
아니면 흙과 나무들에 둘러싸여 그리 더운 줄도 모르고 지났는데.
정작 큰 도시에서 보낸 당신들이야말로 수고로웠을 것을.
내리 두 편의 영화.
먼저, 허정의 <숨바꼭질>.
잘 만든 장르영화를 한국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지요.
영화는 활자가 아닙니다.
대사로만 말하고자 하면 차라리 글을 쓰지, 영화를 왜 만드나요.
특히 한국의 장르영화에서 그 실패는 얼마나 자주 등장하던가요.
그래서 더욱 눈에 띈 영화.
대중의 욕망과 관심과 결핍을 잘 읽고 그려낸, 이럴 때 ‘영리하다’라는 말을 하지요, 각본.
더하여 영리한 연출에 잘 다듬어진, 기성배우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연기.
스릴러 혹은 호러는 참 취향 아니라 웬만하면 잘 보지 않는데,
사실 이 정도 강도인 줄 몰라 볼 수 있었던.
장면을 따라 가느라 온몸의 긴장으로 피로가 몰려와
영화 한편보고 아주 몸져누울 뻔하였네요.
영화관을 나서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어쩌지 못해 아주 주저앉다시피 했고
결국 의자에 한참을 앉고 말았더랍니다, 힘겨움으로 토하는 한숨을 쉬고 또 쉬면서.
“야아, 잘 만들었다. 누구냐, 감독이? 어디서 공부한 사람이야? 다른 작품은 뭐였어?”
반추해보면 빈구석이 또 적잖은 영화였으나,
여전히 잘 만들었습디다.
“기본 500만은 내 장담한다!”
다음, 봉준호의 <설국열차>, 소문이 지나쳤다 싶데요.
저는 <괴물>에 대한 사람들의 극찬이 늘 의아했습니다.
80년대 운동의 정서를 잘 견지해주었다고는 하나 글쎄...
영화는 영화로 말해야 옳다, 기본 생각이 그러하니.
봉준호는 역시 처녀작 <플란더스의 개>가 최고였습니다.
이어졌던 <살인의 추억>도 함량은 되었지요.
하지만, <괴물>은 너무 평이했고,
<설국열차>도 그 들인 돈과 시간에 비례해 웬 만큼의 실적이야 올리겠지만,
아쉬웠습니다.
앞머리로 가려는 혁명가와 창 밖으로 가려는 혁명가의 이야기가
그만 너무 밋밋해져버렸던.
나중에 같은 ‘혁명’을 꿈꾸는 <엘리시움>이나 보러가야지 합니다.
두 영화를 견주어 본다면 그제야 <설국->에서도 재미가 일어날 듯.
밤, 영동 지역을 영상에 담고 있는 이들이
다시 와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좋은 인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