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싹이 올라옵니다!

 

생태기행 다녀왔습니다; 변산반도.

새만금방조제를 훑었고,

변산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격포 작은당 사구식물관찰지(격포 자연관찰로)에 맨발로 거닐었습니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였지요.

사구라 하면 밀물과 썰물 파랑(파도)으로 해양퇴적물인 모래가 바람에 의해 형성되는,

바닷물이 닿지 않는 해안가의 모래언덕, 모래땅.

사구는 지하수(담수)를 저장하고 해수유입을 방지하며

태풍과 해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해안지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지요.

해안지역 생물들이 거친 모래환경 속에서도 삶을 잘 영위할

독특한 서식처를 제공하는 것도 사구의 일이라 합니다.

순비기나무 군락을 보며는 이생진 선생님의 시를 생각했습니다.

함께 갔던 우이도 여행도 떠올렸지요.

갯방풍 모래지치 갯뵈보리 갯그렁을 지나

너른 바위에 몸을 널어놓기도 하였더랍니다.

여름 끝물, 게다 평일 저녁 무렵이라 인적 없었지요.

곧 서해바다로 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래, 오래 주춤거리다 어느 순간 투욱!

아, 작은당은 적벽강의 사자머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이튿날 능가산 내소사에 들어갔습니다.

일주문 지나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전나무숲길이 이어지고

그 사이 노란 상사화가 나무 뒤 얼굴 내미는 아이마냥 반가웠습니다.

단청이 없어 더 아름다운 대웅보전 한 바퀴 돌고,

꽃살문 앞에 서서 보고 또 보고.

빗국화꽃살문, 빗모란연꽃살문, 솟을모란연꽃살문, 솟을연꽃살문이

400여 년을 거기 있었다 했습니다.

숙종 때의 그 유명한 영산회 괘불탱이야

절에 큰 행사 있는 때 아니니 볼 꿈도 아니 꾸고,

청련암 아래의 관음전에는 그예 갔습니다.

오래전 옛 터만 보았던 곳에 99년엔가 맞배지붕 건물을 들였다 했지요.

입산금지 팻말도 모자라 벌금 안내문까지 천왕처럼 섰는 것을

돌아 나오기 못내 아쉬워 절집 식구 한분께 허락 얻기 성공.

맨발로 물기 머금은 골을 따라 관음전 올라

툇마루에 앉아 내소사를 내려다보며 그 너머 곰소를 고개 빼고 보는데

비 우두두 떨어지데요.

관음전 길 저 편으로 환의재 벽송암 터가 있다 했습니다.

어미는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아들 벽송 대사의 옷을 지어

멀리 암자가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전해주었다지요.

옛적 길이었을 곳에 오랫동안 사람이 다닌 흔적 없는 풀가지를 따라

비 내리는 관음전, 관음조의 전설이 깃든, 을 뒤에 두고

아들을 두고 멀리 떠나는 어미처럼 돌아보고 돌아보며 산을 내려섰더랍니다.

(개암사는 두고 왔습니다요...)

 

거기 벗이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 시골 길가 버스정류장 지붕 아래서

꼭 하고픈 일이 있다고 했던 말을 벗이 잊지 않고 준비하여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면사무소에서 끓인 물을 얻어와 차를 마셨지요.

오래 그 벗이 추억과 함께 그리울 것입니다.

물꼬에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살다보니

어딜 가나 물꼬 연이 닿아 있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밤, 영동 읍내에서 와인아카데미가 있었는데,

포도가 막 터져나가 빗속에서도 수확들을 바삐 하느라

사람들이 얼마 모이지 못했더랬네요.

참말 바쁜 철입니다.

내일부터 사흘 포도축제도 있고.

포도와 와인으로 영동이 자리를 아주 잡는 모양입니다.

물꼬도 영동산이 다 된.

물꼬는 96년 가을부터 대해리를 들어와 서울과 영동을 오가다

2001년에는 아주 내려와 살게 되었지요.

 

바람은 하늘과 땅을 헤집고

가끔 비 뿌리며 하루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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