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4.물날. 맑음

조회 수 809 추천 수 0 2013.09.20 16:06:55

 

날 참 좋습니다.

가을인사들을 해옵니다.

하지만 새벽은 아주 쌀쌀하였습니다, 아주.

추웠다고 말하는 게 더 어울렸던.

대해리도 새벽기온 13도에 맑고 쌀쌀한 바람 불었다고,

하늘은 자꾸 자꾸 높아가고.

 

새벽, 물안개에 잠긴 홍천강을 멀리 보며

오래 논길을 걷고 마을길을 걸었습니다.

맨드라미 붉고 과꽃 함박졌으며 벌개미취 한창입디다.

땅 가까이 채송화도 널렸고,

자운영이 늦은 빛을 올리고 있었으며

도라지 목 길었습니다.

엊저녁 늦게 홍천강가 왔습니다.

며칠 재건축을 하는 공사장에서 일을 거들고 배울 것입니다.

손을 보태는 일, 그리고 나무다루기가 한동안의 일입니다.

이른 아침 컨테이너 안을 목조건축처럼 한 내부 마감을 보며

선배로부터 나무 작업의 기본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강당처럼 너른 곳을 청소하는 기계 하나를 다루며

청소하는 일로부터 이번 작업을 시작했지요.

오전엔 미장일.

대단한 건 아니고 한 벽면의 하단.

목재로 마감할 것이라 데크와 연결된 벽 바닥을 채우고

콘크리트를 넣고 통유리문이 들어갈 나무 골조를 짜 넣기 전

바닥에 벽돌 깔고 콘크리트 바르고 미장.

아주 해보지 않았던 일은 아니나

그저 한 구멍을 메우거나 금 간 벽을 좀 붙여본 게 전부였던 경험.

오후에는 절단기를 써서 나무를 자르고

대패기계에 넣어 대패질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업하는 이들과

한 벽면의 통유리를 몇 구역으로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의논했지요.

작업 팀들이 한 벽면의 본을 만들면

다음 일부터는 목수들이 들어와서 본을 좇아 나머지 창들을 그리 만들게 될 것입니다.

해보는 거, 중요합니다.

도면을 그려도 현장은 그것과 다릅니다.

현장에서 해보는 게 중요하지요.

그리고 뒷정리!

또 청소했습니다요.

 

오늘 여러 가지 기계를 직접 만드는 이와 인사 나눌 일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꼬를 오래 도와주고 있는 한 어르신 계신데

아직도 도끼질하며 장작 쪼개냐며 유압식 장작 쪼개는 도구를 사주신다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기계제작자,

세상에! 바로 그 분을 아는,

당신이 장작 기계 사시고는

또 하나를 어디 준다고 주문하셨다지요.

“우리 껀갑다!”

그러니까 우리 유압식 기계도 그 친구가 만들 거라는 겁니다.

세상 좁아요, 좁아.

이곳에서도 이웃이 생겼습니다.

한 노모를 위하여 할머니들이 밭 맬 때 끌고 다니는 의자 하나 사 드렸습니다.

어미 없는 한 가정의 아침을 위해서 미숫가루와 꿀도 사서 넣어주었지요.

어디에서고 사람을 위해 자신이 할 바를 찾는 것,

그런 것도 물꼬에서 배웠습니다.

물꼬가 그나마 이리 사람노릇 하도록 가르쳐주었습니다.

 

얼마동안 아이도 집을 떠나 있습니다.

요즘 거닐며 생각을 많이 한다 합니다.

오늘은 사람들이 성형을 왜 할까에서부터 연애는 왜 할까 여러 생각 들었다는데,

다들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결론.

“그래서 돈을 들이는 거지.”

그런데 내면에서 행복을 찾는 것, 그거 돈도 안 들고 참 좋은 생각이라나요.

참 좋은 방법으로 행복을 찾는 물꼬 삶이랍디다.

아이 생각을 잘 받았는지는 모르겠는데,

골조는 그런 이야기.

가을인가 봅니다, 우리들의 사유가 깊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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