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6.쇠날. 흐림

조회 수 806 추천 수 0 2013.09.20 16:09:31

 

대해리는 흐리다 오후 비 많았다 합니다.

그러고 내리 내렸다고.

 

새 단장하는 건축현장 사람들과 일산의 킨텍스행.

태양광 엑스포가 엊그제부터 사흘 동안 열리고 있습니다.

선배와 지난달에 잡아둔 일정이기도 했지요.

아, 지금 나무다루기를 하는 현장은 경기 가평 설악.

지난 불날 밤에 건너와 오늘이 날수로는 나흘째.

 

태양광 발전기들.

학교에 혹은 달골에 설치 계획을 지속적으로 고려해오던 중.

기계,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관리도 쉽고.

뭔가 정직한 것 같잖아요.

그건 또한 아날로그식 감수성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또한 좋습니다.

많은 발전기들 틈에서 그런 걸 찾지요.

 

아주 흡족한 발전기 앞에서 사람 하나 만났습니다.

태양광을 연구하고 발전기를 설계하신 분인데,

정작 우리들은 어느 순간

명상과 사람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렇게도 벗이 되는구나 싶데요.

그 때부터는 발전기를 돌아보던 일을 멈추고

사는 이야기로 전환.

무어나 결국 삶 위에 있는 것이므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모인 작업실에 들러

무등산수박 한 통 같이 쪼개고도 왔습니다.

“내가 이번에 그림 하나 팔았잖아.”

말로만 듣던 그 수박.

십 만원이나 한다는 그 가격의 맛이 뭐 별걸까 싶더니

앉았던 우리들의 결론.

“맛있는 것은 맛이 순하지 않니?”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겠습니다.

 

나무다루기 일정조절.

방문자들이 있기로 한 주말이어 물꼬를 다녀오기로 하는데,

여기는 여기대로 벌여놓은 일들이 어느새 생기고

그 선배들도 이 현장을 모르는 게 아니어

결국 이곳 경기 가평 설악과 홍천으로 합류키로.

하여 영동까지 오르내리는 한번을 줄이게 되었네요.

온 걸음에 내리 얼마쯤을 좀 있기로.

 

세밀화 한 장을 봅니다.

가끔 사진이 있는데 세밀화가 또 무슨 그리 의미가 있는가,

물론 그 질감의 아름다움이야 사진에 미칠까 싶지만,

자주 궁금하고는 하지요.

우리는 사실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재미나게도 꽃과 나무의 생명의 표정과 질감을 표현하는 건 그게 또 어렵답니다.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이 가진 사실성 때문이라니.

그 사실성 때문에 오히려 생명의 사실을 드러내기 어렵다니.

‘생명의 사실을 그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간간의 시선과 인간의 몸을 통과해 나온 표현이 필요’하다는

한 노장의 소설 한 구절을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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