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7. 흙날. 흐림

조회 수 809 추천 수 0 2013.09.20 16:10:37

 

무 잎이 무성히 오르고 있다는 물꼬 밭.

대해리는 밤바람이 딱 가을바람이더라는.

 

군대 간 태우샘의 연락.

일곱 살 아이가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그리고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 가는 열차 안에서 했던 연락 뒤 두어 달이 흐른 오늘

낯선 번호의 전화가 들어왔더랬지요.

한 아이의 긴 성장에 함께 흐른 시간, 영광이다마다요.

고맙습니다.

물꼬의 세월에 감사합니다.

 

나무다루기 현장 닷새째; 여기는 경기 가평 설악.

오늘은 계단 틀을 짰습니다.

이 너른 건물(1층만 해도 한 쪽은 커피숍, 다른 쪽은 커피공장)의 중심이 될 공간입니다.

오후 계단 도면 그리기.

정확히는 선배가 그리는 도면 곁에서 들여다보기.

 

저녁, 현장 사람들을 숙소에 초대했습니다,

사 먹는 밥의 속 불편함도 불편함이고, 비용도 비용이고.

밭에서 푸성귀들을 땄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선배의 노모가 뿌려놓은 것들.

깻잎도 따고 가지도 따고 고추도 따고 토마토도 치커리도 오이도.

올리브드레싱을 얹은 샐러드에 된장찌개와 오이무침과 가지졸임, 된장과 풋고추,

그리고 냉동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장어를 꺼내 양념장 발라 굽고

곡주도 한잔.

같이 일하다보면 현장에서 못다 하는 말들이 또 있지요

좋은 ‘텀’의 자리가 됩니다.

 

가끔 뚝딱 차려내는 밥상 앞에 스스로 감탄.

그 맛이야 모를 일이지만.

이 나이 먹으면 그 정도 당연히 해낼 수 있겠지만

늘 사는 일이 서툰 저는 이런 자신을 기특해 함.

그리 스스로를 쓰다듬다보면 못난 자신의 삶도 봐줄 만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또 자신을 끌고 한 생을 사는 게지,요

혹 모자란 삶일지라도.

‘자족’이라 부르는 걸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3906 2016. 4.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4-19 810
3905 2016.11.13.해날. 빗방울 옥영경 2016-12-03 810
3904 2017.11.17.쇠날. 맑았으나 저녁 무렵 빗방울 몇 옥영경 2018-01-08 810
3903 2010. 2.17.물날. 맑음 옥영경 2010-02-28 811
3902 2013.11. 1.쇠날. 맑음 옥영경 2013-11-26 811
3901 2013.11.16.흙날. 흐림 옥영경 2013-12-02 811
3900 2016.11.21.달날. 흐리다 속삭이듯 젖는 땅 옥영경 2016-12-05 811
3899 2017. 4.20.나무날. 흐리다 비 조금 / 다 선생 탓이다 옥영경 2017-06-02 811
3898 2013.11.17.해날. 굵은 눈발 두어 점 날리는 오후 옥영경 2013-12-02 812
3897 2014. 9.13.흙날. 맑음 옥영경 2014-10-08 812
3896 2015 여름 청계 여는 날, 2015. 7.25. 흙날. 맑기는 했는데 옥영경 2015-08-04 812
3895 2015.11.30.달날. 흐림 옥영경 2015-12-14 812
3894 2017. 1. 2.달날. 흐림, 기온은 고만고만 옥영경 2017-01-09 812
3893 2019. 4. 5.쇠날. 맑음 옥영경 2019-05-07 812
3892 2012.12.1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12-25 813
3891 2013. 1.12.흙날. 흐림 옥영경 2013-02-01 813
3890 2013.10. 4.쇠날. 맑음 옥영경 2013-10-25 813
3889 2015.10.12.달날. 비 다녀간 아침 옥영경 2015-11-06 813
3888 2월 빈들모임(2016.2.26~28) 갈무리글 옥영경 2016-03-16 813
3887 2016. 8.30.불날. 오후 빗방울, 비바람 치는 밤 옥영경 2016-09-18 8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