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7. 흙날. 흐림

조회 수 811 추천 수 0 2013.09.20 16:10:37

 

무 잎이 무성히 오르고 있다는 물꼬 밭.

대해리는 밤바람이 딱 가을바람이더라는.

 

군대 간 태우샘의 연락.

일곱 살 아이가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그리고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 가는 열차 안에서 했던 연락 뒤 두어 달이 흐른 오늘

낯선 번호의 전화가 들어왔더랬지요.

한 아이의 긴 성장에 함께 흐른 시간, 영광이다마다요.

고맙습니다.

물꼬의 세월에 감사합니다.

 

나무다루기 현장 닷새째; 여기는 경기 가평 설악.

오늘은 계단 틀을 짰습니다.

이 너른 건물(1층만 해도 한 쪽은 커피숍, 다른 쪽은 커피공장)의 중심이 될 공간입니다.

오후 계단 도면 그리기.

정확히는 선배가 그리는 도면 곁에서 들여다보기.

 

저녁, 현장 사람들을 숙소에 초대했습니다,

사 먹는 밥의 속 불편함도 불편함이고, 비용도 비용이고.

밭에서 푸성귀들을 땄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선배의 노모가 뿌려놓은 것들.

깻잎도 따고 가지도 따고 고추도 따고 토마토도 치커리도 오이도.

올리브드레싱을 얹은 샐러드에 된장찌개와 오이무침과 가지졸임, 된장과 풋고추,

그리고 냉동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장어를 꺼내 양념장 발라 굽고

곡주도 한잔.

같이 일하다보면 현장에서 못다 하는 말들이 또 있지요

좋은 ‘텀’의 자리가 됩니다.

 

가끔 뚝딱 차려내는 밥상 앞에 스스로 감탄.

그 맛이야 모를 일이지만.

이 나이 먹으면 그 정도 당연히 해낼 수 있겠지만

늘 사는 일이 서툰 저는 이런 자신을 기특해 함.

그리 스스로를 쓰다듬다보면 못난 자신의 삶도 봐줄 만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또 자신을 끌고 한 생을 사는 게지,요

혹 모자란 삶일지라도.

‘자족’이라 부르는 걸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3184 2013. 9. 6.쇠날. 흐림 옥영경 2013-09-20 806
» 2013. 9. 7. 흙날. 흐림 옥영경 2013-09-20 811
3182 2013. 9. 8.해날. 맑음 옥영경 2013-09-20 902
3181 2013. 9. 9.달날. 흐림 옥영경 2013-09-20 797
3180 2013. 9.10.불날. 비 옥영경 2013-09-20 737
3179 2013. 9.11.물날. 비 옥영경 2013-09-25 841
3178 2013. 9.12.나무날. 간간이 비 옥영경 2013-09-25 752
3177 2013. 9.13.쇠날. 흐림 옥영경 2013-09-25 783
3176 2013. 9.14.흙날. 아침 비, 그리고 종일 마른번개 옥영경 2013-09-25 902
3175 2013. 9.15.해날. 갬 옥영경 2013-09-25 753
3174 2013. 9.16.달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753
3173 2013. 9.17.불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783
3172 2013. 9.18.물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699
3171 2013. 9.19.나무날. 한가위 보름달 옥영경 2013-09-25 860
3170 2013. 9.20.쇠날. 맑음 옥영경 2013-10-03 736
3169 2013. 9.21.흙날. 흐리겠는 아침이더니 화들짝 놀란 눈처럼 훤해진 옥영경 2013-10-03 812
3168 2013. 9.22.해날. 맑음 옥영경 2013-10-03 818
3167 2013. 9.23.달날. 맑음 옥영경 2013-10-03 742
3166 2013. 9.24.불날. 비 옥영경 2013-10-03 860
3165 2013. 9.25.물날. 차츰 개는 아침 옥영경 2013-10-03 8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