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8.해날. 맑음

조회 수 901 추천 수 0 2013.09.20 16:11:40

 

학교에서는 운동장 가 더는 자라지 않는 풀들을

단도리해주고 있는 여러 날이랍니다.

 

멀리서 아이가 태어났고, 그 소식 왔습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소정샘의 연락.

혼례 올리고 공부를 마치고 아이를 보리라 했는데,

아이가 먼저 찾아왔더랬지요.

그렇게 배불러 어머니와 함께 건너갔던 게 지난 6월이던가요.

고맙습니다,

세상으로 환하게 온 아이, 건강한 산모, 그리고 준 소식.

 

나무다루기 현장 엿새째.

현장으로야

늦게 들어온 첫날 빼고, 태양광 엑스포가 열리던 킨텍스 나간 하루 빼면 겨우 나흘째.

일요일도 내리 하자고 우기던 현장 사람들이

막상 점심 먹고 모이지만 영 찌푸덩해 합니다.

만들던 계단은 나무를 서로 따 층계참이 만들어진 채 멈춰있는 상태.

“놀자!”

그렇게들 쉬었지요.

선배랑 홍천강에 나가기도 하고,

“집에서 밥 먹읍시다!”

오래 사 먹으니 으레 밥은 또 사먹는 거군 하고 지내고 있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다 어제 집 밥 오랜만에들 먹었고,

어제 한 게 있으니 오늘도 푸성귀 뜯어다 더하여 밥 먹는 걸로.

집 떠난 지 여러 날.

오늘은 빨래도 하고.

 

모두 돌아가고 느긋이 책 하나 펼칩니다.

... 나무에 쌓였던 눈덩이가 지프 앞 유리로 떨어져 내렸다. 눈 덮인 숲속의 나무들은 눈과 숲의 익명성 속에서도 개별자로서 외롭거나 억눌려 보이지 않았다.

나무의 개별성과 숲의 익명성 사이에는 아무런 대립이나 구획이 없었다. 나무는 숲속에 살고, 드문드문 서 있는 그 삶의 외양으로서 숲을 이루지만, 나무는 숲의

익명성에 파묻히지 않았다.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는 외롭지 않고, 다만 단독했다.

라고 하는 문단을 읽고 있습니다.

그게 사람과 나무의 차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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