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12.나무날. 간간이 비

조회 수 749 추천 수 0 2013.09.25 01:11:08

 

대해리 물꼬 땅콩밭에선 까치가 땅콩을 먼저 파먹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동안 나무다루기를 하던 현장을 떠나

서울에 잠깐 들러 밑반찬이며 서울살림 단도리를 좀 하고 영동행.

군에서 지원하는 와인공부가 있는 날입니다.

생산자들을 위한 자리이지요.

와인을 만들 날도 있게 될 것인가,

참말 다양한 소일들을 해보는 산골살이.

 

손전화의 메인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아 온갖 힘을 다주기 여러 달,

오늘에야 고쳤습니다.

그거 하나 고쳤다고 쓰기가 얼마나 수월한지.

그런 걸 겝니다.

작은 불편 하나 더는 게 전체 피로를 덜어주기도.

 

급히 추천서를 하나 씁니다.

긴 세월 만나 이제 대학을 가는 친구입니다.

더없는 영광으로 여기며 바삐 쓰지요.

곧 미국의 아이비리그로 가려는 친구의 추천서도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스승들을 두고 이 산골 오지의 선생에게 그 중요한 일을 맡기니

그 책임이 정녕 큽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저녁이 내리는 시간에는 멀리 있는 것들이 불려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눈동자도 그 시간이 주는 당혹감에,

그러니까 차라리 어둡거나 밝지 않은 그 시간으로 조리개가 잘 조절되지 않는,

그래서 사물을 가장 구별하지 못하는 시간이기도.

아버지와 어머니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의 일이 더욱 쓸쓸해지는 것도 이 시간입니다.

사는 일이 아득도 하고, 하지만 끝모를 좌절 같은 건 아닌,

그래서 좋은 명상의 순간이 되는.

여러 날 떠나 있었던 산마을에서 흘러온 얼마쯤의 시간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그대 또한 고요하시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2364 4월 빈들 닫는 날 / 2016. 4.24.해날. 맑음 옥영경 2016-05-03 750
2363 2014.12. 6.흙날. 눈 옥영경 2014-12-25 750
2362 2013.11.20.물날. 맑음 옥영경 2013-12-03 750
2361 2013. 9.16.달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750
» 2013. 9.12.나무날. 간간이 비 옥영경 2013-09-25 749
2359 2017.11. 4.흙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749
2358 2017. 6. 1.나무날. 맑은 하늘 굵은 비 셋 옥영경 2017-07-07 749
2357 2016.11. 7.달날. 흐린 하늘, 바람, 비 옥영경 2016-11-21 749
2356 2016. 8.21.해날. 맑음 옥영경 2016-09-08 749
2355 2016. 2.29.달날. 영하 10도, 눈보라 옥영경 2016-03-20 749
2354 2014.12.10.물날. 가벼운 비 지나는 옥영경 2014-12-27 749
2353 2월 빈들 이튿날, 2014. 2.22.흙날. 맑음 옥영경 2014-03-11 749
2352 2013. 6. 2.해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49
2351 2019. 8.11.해날. 맑음 / 물호스를 깁다가 옥영경 2019-09-17 748
2350 2019. 6.25.불날. 맑음 / <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공명,2019) 옥영경 2019-08-13 748
2349 2016. 7.19.불날. 맑음, 밤안개 옥영경 2016-08-06 748
2348 2016. 2.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6-03-09 748
2347 2015.11.16~17.달~불날. 비 옥영경 2015-12-14 748
2346 2014. 7. 5.흙날. 후덥하고 흐린 옥영경 2014-07-16 748
2345 2013.11.18.달날. 잠시 휘날린 눈보라 옥영경 2013-12-02 7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