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물꼬 땅콩밭에선 까치가 땅콩을 먼저 파먹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동안 나무다루기를 하던 현장을 떠나
서울에 잠깐 들러 밑반찬이며 서울살림 단도리를 좀 하고 영동행.
군에서 지원하는 와인공부가 있는 날입니다.
생산자들을 위한 자리이지요.
와인을 만들 날도 있게 될 것인가,
참말 다양한 소일들을 해보는 산골살이.
손전화의 메인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아 온갖 힘을 다주기 여러 달,
오늘에야 고쳤습니다.
그거 하나 고쳤다고 쓰기가 얼마나 수월한지.
그런 걸 겝니다.
작은 불편 하나 더는 게 전체 피로를 덜어주기도.
급히 추천서를 하나 씁니다.
긴 세월 만나 이제 대학을 가는 친구입니다.
더없는 영광으로 여기며 바삐 쓰지요.
곧 미국의 아이비리그로 가려는 친구의 추천서도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스승들을 두고 이 산골 오지의 선생에게 그 중요한 일을 맡기니
그 책임이 정녕 큽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저녁이 내리는 시간에는 멀리 있는 것들이 불려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눈동자도 그 시간이 주는 당혹감에,
그러니까 차라리 어둡거나 밝지 않은 그 시간으로 조리개가 잘 조절되지 않는,
그래서 사물을 가장 구별하지 못하는 시간이기도.
아버지와 어머니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의 일이 더욱 쓸쓸해지는 것도 이 시간입니다.
사는 일이 아득도 하고, 하지만 끝모를 좌절 같은 건 아닌,
그래서 좋은 명상의 순간이 되는.
여러 날 떠나 있었던 산마을에서 흘러온 얼마쯤의 시간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그대 또한 고요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