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낮은 아직도 볕이 날이 섰습니다.
햇볕은 찌르듯 어깨에 등에 마구 내려앉았고,
아이 외가 마당 철망 울타리는
너른 논과 그 너머 집들과 그 뒤 산을 풍경화로 훤히 건너다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집안 어르신은 이른 아침부터 잔디를 깎으셨지요.
고향집입니다.
내일부터 한가위 연휴.
먹고 돌아서서 또 먹고...
못 먹어 죽은 놈 찾기 쉽지 않은 이 시대에
먹지 못했던 시대의 기억을 몸에 붙인 우리는
명절에 이르면 그리들 먹어댑니다.
못살던 시절에야 명절 쇠며 하루 잔치에 곯은 배를 채운다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 몸은 그 시절을 벗어날 수가 없는 듯.
마치 끊어놓을 수 인연의 가닥처럼.
한가위가 내일.
어머니는 물꼬 보낼 화분들을 사시고,
자식들 먹일 과일 장을 보시고,
그리고 어머니는 딸년을 위해 들어둔 보험도 건네주셨지요.
그게 당신들 삶이었고 여전히 그러하신데,
우리는 그런 부모가 되고 있는지.
시골집도 내란음모죄가 들어가 있는 이석기가 화제입니다.
사상의 자유로 보자면 민주사회에서 그게 뭐 별일이겠는지요.
그런데 어느 체제이고 체제전복을 하려는 이들을 받아주긴 힘들지요.
사상의 자유를 넘어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면 체제세력이 가만 있겠냐구요.
그런데 정말 전복하려고 무장을 했느냐가 관건.
생각이야 어떤 생각인들 못할까요.
헌데, 만약 그랬다면, 정말 무력혁명을 실제로 준비했다면,
이 대명천지 밝은 시대 여전히 3대 왕조세습체제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세력이라니,
미제국주의만 제거되면 이 땅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여전한 그 무식논리에 놀라고 또 놀람.
그래서 종북이 거북하고 그래서 경기동부연합이 거북하고 그래서 주사파가 먼...
정녕 진보는 어디들 있는지.
얼마 전 한 어르신의 문자,
“진보는 사회개혁을 꿈꾸고
보수는 자기개혁을 꿈꾼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