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18.물날. 맑음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3.09.25 01:21:33

 

어머니 댁에서 농장으로 걸어가는 논길에는

이슬 터는 나팔꽃이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기쁜 복병.

자욱한 안개 걷혀가는 아침.

 

간밤 울 엄마, 우리 모두의 울 엄마들 그러하듯,

오이를 얇게 자르더니 얼굴에 붙여주셨습니다.

“왜 그리 꿉었노? 학생들하고 여름에 계절학교 한다 그랬제?”

왜 그리 탔느냐, 그게 뭐고, 그런 말씀이시지요.

함께 여행가서 보라는 제주바다는 안보고

주름 느는 딸 목만 걱정하던 울 엄마.

우리들의 불쌍한 어머니들...

 

어머니들은 늘 꾸러미로 오시지요.

오늘도 돌아가는 딸을 위해 바리바리 꾸리십니다.

과일에서부터 밑반찬이며 김치이며 가면서 먹을 것들이며...

아, 우리들은 그런 부모님들의 발치엔들 이를 수 있을 것인지.

 

오는 걸음에 경주의 재활승마센터에도 들립니다.

“사자가 분노할 때,

 먹이를 향해서 달려가는 분노와

 무리 속에서 다른 사자와의 사이에서 느끼는 분노가 다를 거란 말이야...”

아이들의 분노, 물론 여기선 장애아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차이들이 있지 않겠는가,

오늘의 화제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인간 연구가 아닌 계통 연구를 해야...”

어쩌면 특수교육이 교육적 접근보다 동물학적 접근으로 가야는 건 아닐까,

그런 의견들을 내놓았지요.

 

물꼬 들어가 남아있는 식구들과 밥 한 끼 해먹고

아이의 친가가 있는 곳으로 다시 차를 몹니다.

다행한 건 역귀성길.

아쉬울 게 없는 어르신,

그래도 농사거리 이것저것 조금씩 나누어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자식 보낼 때 그리하셨던 것처럼.

어디 못 먹어서 싸고, 귀해서 싸는 것이던가요.

마음이 그러한 게지요.

여기는 판교.

 

그런데요, 컴퓨터의 자판에서는

자주 2013년이 아니라 2012년을 살게 되고는 합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그리 남는 건지,

다만 습에 따른 오타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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