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20.쇠날. 맑음

조회 수 736 추천 수 0 2013.10.03 10:36:37

 

연일 호두를 말리고 있습니다...

 

사흘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그렇지만 흙날과 해날 이어지니 닷새 내리 이어 쉬기들도 하더이다.

장순이 목이 쉬겄습니다.

추석을 쇠러 고향을 찾은 이들이 학교 마당을 기웃거립니다,

손자들이 오고,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추억을 지닌 이들도 고개를 빼고.

젊은 처자라 부르기는 좀 늦은 감 없잖은 여인들이 몇 마당 깊숙이 들어왔기

불러서 차를 냅니다.

없는 넉넉한 마음도 들겠는 한가위 한 시절.

그런데요, 카페에 온 이들처럼 자리 자꾸 길어지고

이 친구 저 친구가 불려도 오고

아이들이 따라와 무시로 드나들기

나중에는 양해를 구해 보내야했네요, 하하.

 

명절을 물꼬에 와서 쇠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수필작가 부부가 왔습니다.

지난해 우이도 여행을 함께 한 인연.

간장게장에서부터 깍두기, 호박과 고구마와 호박잎과 고구마줄기,

고향의 노모가 싸주었다가는 것을 예 풀어주었지요,

빚은 송편, 그리고 같이 쪄낼 솔잎까지.

 

“민주지산 한번 다녀오시지요?”

마라톤을 하고 함께 산을 오르며 부부연을 지었다는데

정작 같이 보냈던 시절이 그만 옛이야기 되어버리고 있었더라나요.

결혼하고 나니 아내는 집안 살림으로 자유를 잃고,

이미 큰 아이들을 자식으로 맞아

짐작키에 마음앓이도 쉽잖을 테지 했지요.

오붓하게 당신들만 다녀와도 좋으리라 하며,

우리야 늘 산 아래서 여름이면 주에 한 차례씩 오르는 산이니,

좋은 시간 선물 되리라 했답니다.

 

저녁엔 달골에서 마음들을 부려놓습니다.

그리 털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그런 게 또 사람살이일지니.

달은 휘영청 밝고,

그런데도 가만 보고 있으면 별들이 삐죽삐죽 고개 내밀고,

저 아래 마을 가로등 불빛들도 까부룩까부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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