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25.물날. 차츰 개는 아침

조회 수 887 추천 수 0 2013.10.03 10:42:47

 

학교 평상엔 땅콩과 호두로 가을볕 두텁게 내리고 있습니다...

 

다시 나무 다루기 현장 이틀째.

걷기 뛰기로 안개를 가르며 여는 아침.

내를 따라 뛰었습니다.

포장이 된 곳도 있었지만 풀에 금세 젖은 바지와 운동화 양말.

일로 훈련되는 몸과 운동으로 단련되는 몸은 또 다르지요.

몸과 마음, 일과 공부가 함께 가도록.

그럴 때 더한 상승을 일으킬 수 있을 것.

물꼬의 중요한 공부방식이기도 한.

물꼬의 삶의 흐름이기도 한.

 

오늘은 우체통을 만들기로 합니다.

흔히 공방에서라면 도면대로 재단된 나무를 짜맞추기만 하면 된다는데,

여기는 건축현장.

좀 더 실질적인 나무작업들이 됩니다.

야전이지요.

이 또한 퍽 물꼬스런.

적당한 나무를 찾느라 온 공장 구석구석을 훑고 다닙니다,

1층이고 2층이고 목공조와 페인트조가 여러 명씩 움직이는 속을 헤집으며.

나무야 많고, 그 나무를 충분히 쓸 수도 있다지만

조각난 나무들 많고 그것을 쓰는 것도 쓰임새를 아는 이의 자세일지니.

뭐 대단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만들려는 의도는 재료에 입각하야 하게 되는.

허니 뭔가를 찾는데 들이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이곳의 자재를 하나하나 다 보게 되지요.

공부입니다.

어디 있냐 묻고 어디 있다 가르쳐주면 어찌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는지요.

한편 작업은 다른 까닭으로도 자꾸 더뎌집니다,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 그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려다 보니.

오늘은 현장 일꾼들의 작업이 많아

플러그 꽂을 자리가 없기까지.

그래서 자주 쉬고 쉬고.

그렇다고 일하고 있는 이들 공구 빼고 제 작업용 공구를 꽂을 수는 없는 일.

그런 속에도 현장 사람들은 제 작업이 용이하도록 나름 배려를 하고.

현장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에 대해 또한 배우는 시간.

 

그런데 목공이며 페인트가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지만

다들 건축현장에서 굵은 사람들이라 나무 다루는 일쯤 다 일가견 있습니다.

하니 오며가며 한마디씩 제각각 할 말들이 많지요.

게다 오늘은 미장조까지 잠시 들러 있던 참.

초보자 앞에 오가며 한마디씩 보태기가 툭툭 던져집니다.

때로는 듣고, 때로는 제 고집대로 하며 일이 가고 있답니다.

 

비가 들고 기온 떨어졌습니다.

볕 두텁다 하나 오늘은 낮에도 긴팔 옷이 필요했네요.

커피 볶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생두 있어 후라이팬에 볶습니다.

물꼬에서는 뚜껑달린 긴팔 냄비에 볶는데.

뭐 남의 집에서야 되는 대로.

중불보다 약간 센불에서 골고루 저어가며 볶다 보면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연기도 납니다.

이때 벗겨진 은피가 타지 않도록 주의할 것,

잡맛이 배어드니.

탁탁 소리를 내며 살짝 튑니다; 1차 팝핑.

이때 불을 살짝 줄이지요, ‘수분빼기’라는.

더 거무스름해지다 2차 팝핑.

이쯤이 풀시티 로스트라지요, 아마.

더 볶으면 프렌치, 더욱 볶으면 이탈리안 로스트.

이것들은 에스프레소를 위해서.

“나는 2차 팝핑 전의 시티 로스트가 좋더라.”

철 바구니에 넣어 흔들어 식혀주고

따뜻한 물로 더치커피 만들기.

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엄두가 안 나지요.

망에 커피를 넣어 8~12시간 담가두기로 합니다.

내일 아침은 더치커피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3524 2013. 9.29.해날. 짬짬이 비 옥영경 2013-10-15 760
3523 2013. 9.28.흙날. 흩뿌리는 비 옥영경 2013-10-15 792
3522 2013. 9.27.쇠날. 구름 한때 지나는 옥영경 2013-10-15 769
3521 2013. 9.26.나무날. 가끔 구름 지나고 옥영경 2013-10-15 816
» 2013. 9.25.물날. 차츰 개는 아침 옥영경 2013-10-03 887
3519 2013. 9.24.불날. 비 옥영경 2013-10-03 859
3518 2013. 9.23.달날. 맑음 옥영경 2013-10-03 740
3517 2013. 9.22.해날. 맑음 옥영경 2013-10-03 817
3516 2013. 9.21.흙날. 흐리겠는 아침이더니 화들짝 놀란 눈처럼 훤해진 옥영경 2013-10-03 811
3515 2013. 9.20.쇠날. 맑음 옥영경 2013-10-03 736
3514 2013. 9.19.나무날. 한가위 보름달 옥영경 2013-09-25 854
3513 2013. 9.18.물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697
3512 2013. 9.17.불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782
3511 2013. 9.16.달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750
3510 2013. 9.15.해날. 갬 옥영경 2013-09-25 751
3509 2013. 9.14.흙날. 아침 비, 그리고 종일 마른번개 옥영경 2013-09-25 901
3508 2013. 9.13.쇠날. 흐림 옥영경 2013-09-25 782
3507 2013. 9.12.나무날. 간간이 비 옥영경 2013-09-25 750
3506 2013. 9.11.물날. 비 옥영경 2013-09-25 839
3505 2013. 9.10.불날. 비 옥영경 2013-09-20 73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