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27.쇠날. 구름 한때 지나는

조회 수 769 추천 수 0 2013.10.15 03:22:22

 

어느 곳에나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은 가끔 어른들의 안내를 필요로 하지요.

‘나무 다루기’를 하고 있는 동네에도 아이들이 있고

자연스레 아이들의 상담을 맡게 됩니다.

고마울 일이지요.

오늘도 한 아이를 데리고 강가에 나가

같이 잠깐 놀기도 하고 그의 삶에 대해 듣기도 하고.

 

기온 더 뚝!

간밤에 추워서 잠이 깼습니다,

‘나무 다루기’를 하는 현장 숙소에 혼자 달랑 묵어 그렇기도 했겠으나.

그럴 땐 더운물로 잘 씻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지혜이려니

머잖은 곳으로 달려가 더운물에 한참을 퐁당거렸더랍니다.

 

오늘은 현장 사람들을 위해 참을 준비해 나갔습니다.

때마다 밥이며 참이며 준비하는 사들이는 이가 있어,

물꼬에서처럼 뭔가를 사려면 아주 먼 거리를 나가야 하는 곳도 아니라,

차 없이도 걸어 한달음에 가게를 다녀올 수 있는 곳이나,

그래도 사람 손 간 음식만큼이기야 할까요.

감자 많은 물꼬에서 자주 먹는 것처럼

감자 삶아 으깨고 야채 다져 넣어 샌드위치 속을 만들어

빵과 함께 가져갔지요.

 

숙소에 놓여있는 커피그라인더가 뚜껑을 잃고 있습니다.

먼지 죄 거기 받아지고 있는 거지요.

어제는 커피를 갈기 전 행주로 닦고 말려 썼는데,

뚜껑 하나 씌워주면 일일이 그럴 것도 아니거늘.

하여 오늘은 다른 일 다 밀고 거기 뚜껑 하나 만들어주기로 합니다.

멋들어질 것까지 아니더라도 덮개라는 제 기능이나마 잘 할 수 있도록.

그리고는 아주 흡족해하고 기특해하고.

기술이 일상에서 발휘될 때의 느꺼움.

예술이 벽을 떠나 일상에서 힘을 발하도록 하자는 것도

늘 물꼬가 하는 주장 아니던가요.

 

현장에서 일하는 두 젊은이가 저녁 초대를 했습니다.

“이런, 그래도 저녁 초대인데 우리 빈손으로 가도 돼?”

그런데 읍내를 돌아가자면 또 한참이 걸리는 시간.

“잠깐!”

길가 코스모스를 꺾어 한 묶음을 만들었네요.

살가운 동료들이 함께 일하는 현장으로 즐겁습니다.

중요한 건 그런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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