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30.달날. 비 조금 구름 많이

조회 수 740 추천 수 0 2013.10.15 03:27:26

 

아침,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바람이 불고 낙엽 날리고,

그리고 서서히 개는 오후.

조깅을 쉬었습니다.

(있는 곳에서도 할 수 있는 수행 혹은 수련을 놓치지 않기.

나무 다루는 현장에서도 그리 지냈더랍니다.)

덕분에 커피를 갈고 함께 묵는 이들을 위해 여유로운 밥상을 챙기는 아침.

 

오늘은 나무 다루는 현장을 나서기로 하여

이것저것 전리품처럼 챙긴 목공물건들을 갈무리했습니다.

우체통은 다리를 달아주고,

가서 하자 싶어도 공구도 시원찮고 무엇보다 적절한 나무도 찾기 어려울 것이니,

언제 하지 하다 여러 날 그냥 흐르지 싶어,

나무 넘치는 여기서 하기로.

수납함 상자 하나는 사포질하여 빈티지 느낌으로 정리.

커피자루에 화초를 심고 놓을 화분 받침 둘도 샌딩 작업.

선배에게 부탁했던 자루는 내일이면 물꼬에 택배로 닿을 겝니다.

 

여러 날 보내놓고 밥 잘 얻어먹고 잠잘 잤는데

밥 한 번 사주지 못했습니다, 현장 사람들한테도 선배한테도.

하여 현장 사람들한테 오후 새참으로 자장면을 샀지요, 곡주도 한 잔.

고마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일하러 온 사람들로서 귀찮기도 했으련만

한 귀퉁이에서 열심히 목공일 하는 어설픈 사람에게

말품도 보태주고 공구를 빌려주기도 했던 사람들.

때로 적절한 물건을 나서서 찾아주기까지.

어디서나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다, 다 물꼬의 기운 덕이리라 합니다.

한동안 지내러 온 다른 선배 편에

숙소의 선배네 냉장고를 좀 채워 달라 얼마를 좀 내밀기도 하였지요.

시간이 좀 더 허락되었더라면 같이 장을 볼 것을 일만 맡겨 죄송했는데,

그걸 또 심부름 하는 이라고 나중에 장을 어찌어찌 봤노라 보고를 해오셨더랬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그리 닿는 인연들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1차 나무 다루기가 여러 날이었고,

다시 2차 나무 다루기도 또 여러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9월이 다 갔습니다.

위탁교육도 11월로 미루고 잡은 일정이었더랬지요.

목공은 자신감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건 낯선 한 분야에 익숙함을 주는 것을 넘어

생 자체에 활기를 주고 자존감까지 주었습니다.

물꼬에 두고두고 필요한 일일거라고 권한 선배가,

한편 목공 일이 삶 구석구석 얼마나 힘으로 작용할 것인가를 역설했던대로

바로 그것을 구현한 시간이었더랍니다.

고맙습니다, 나무, 일을 나눈 사람들, 그리고 현장을 제공한 선배도.

 

그 사이 물꼬에는 귀한 선물들 닿아 있다는 소식.

파미르고원 여행을 떠났던 스승님 한 분은

여러 나라 화폐를 모으는 이곳 아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돈을 챙겨 보냈고,

더하여 그곳의 전통목걸이와 오카리나도 보내왔습니다, 편지 한 줄과.

또, 이곳을 다녀갔던 작가 한 분은

당신 책인가 싶더니 굳이 서점 가서 읽을거리를 사서 산골 아낙에게 보내왔고,

게다 다녀간 여행기와 편지도 보냈습니다.

아, 아름다운 인연들입니다.

 

한편, 한동안 열어보지 못한 물꼬 메일함에는

공동체 혹은 학교에 혹은 홈스쿨에 혹은 머무는 것에

관심 있는 이들의 방문요청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상담은 상담대로.

대해리 들어가면 메일 드리리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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