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 2.물날. 흩뿌리던 비 개고

조회 수 686 추천 수 0 2013.10.25 08:40:42

 

바람이 조금씩 입니다.

가을 바람.

아침마다 무 잎의 벌레들을 잡습니다.

 

새벽 마을을 나섰습니다.

영천 가는 길입니다, 와인농가들.

와인아카데미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번학기 격주로 하루저녁 3시간 강의.

드디어 그 마지막에 이르러 다음번 수료시험만 남겨두고 있지요.

와인농가를 육성하는 군 행정 덕을 보았더랍니다.

생산자 중심인데 곁다리 꼈지요.

하기야 물꼬가 생산자가 될 날이 있을지도.

사람의 내일은 누가 알겠는지.

 

여러 날의 ‘나무 다루기’를 하고 비로소 책상 앞에서 글 좀.

지난 7월 초 계자를 준비하면서 비장한 마음으로 해둔 메모를 봅니다.

‘여러 날 밭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제야 교무실에 앉아 여름 교육일정을 준비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어둑하도록, 때로 창대비가 내리는 밭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러 수행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살아가며 끊임없이 만나는 날카로운 칼날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끊임없이 들쑤시는 상처에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

그리하여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삶의 품격을 지켜가도록 돕기 위해

이 여름은 아이들과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것은 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기도 할 테지요...’

늘 그렇습니다.

살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자신을 구원하는 길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산골 삶을 살아내는 일이,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바깥으로 수업을 나가는 일이

모다 모다 자신을 닦는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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