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것 천지에 넉넉한 건 오직 사랑이었던 시절,
그런 시절이 불과 몇 십 년 전.
어쩜 사람은, 혹은 아이들은 더 복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배가 고파보지 않아 하는 말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계절이 지상에 주는 빛깔도 그런 사랑으로 오는 가을입니다.
가난하나 부자이나 누구라도, 어디라도 복된.
산과 들에 저절로 자란 것들도 많으나
마당에 국화를 심어야겠습니다.
산에서 구절초며 파다가 심는 것도 있겠지만.
이른 아침 가기로 한 꽃시장행이 늦어졌습니다.
몸살 기운 돌고.
어젯밤 난계국악축제 먹거리장터 도움꾼 일로 밖에서 좀 떨었던 탓일까요,
9월에 짬짬이 한 ‘나무 다루기’ 현장의 피로인지.
이웃의 벗이 잔디를 사러 간다 하기 동승키로 했습니다.
가을입니다,
여러해살이 국화들이 이제 꽃밭을 떠나 뵈지 않습니다.
국화들을 좀 들여 옮겨 심었습니다.
화초도 몇 들어왔지요.
두어 가지 장식소품도 챙겨와
‘나무 다루기’에서 만든 것들과 함께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일이란 게 그렇습디다.
한 번 해놓았다고 다가 아니지요.
집도 그러합니다.
새로 지었다고 다 된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손이 가야 하지요.
사람 사는 일이 그러합니다.
한 번에 끝나면 얼마나 좋겠냐만
자꾸 손을 필요로 합니다.
그게 사는 일.
아이들도 일도 그렇지 않던가요.
평생 손이 가는 일 아니더이까.
사람 관계 모두가 그렇지요.
한번 잘해줘서 그게 평생 울겨먹을 수 있다면 좋겠으나,
애쓰고 또 애써야 합니다.
오늘 꽃밭이 준 교훈이 그러했답니다.
내일은 일이 많습니다.
아침부터 학교 마당에서 마을잔치가 있을 것이고,
점심엔 물꼬의 유기농 스승님 광평농장의 집안 혼례식이 있고,
저녁엔 황간역에서 시낭송회와 음악회가 있습니다.
시낭송회에도 참석하고 음악회에서 판소리 공연도 하기로 했지요.
내일 마을잔치를 위해서 차양이며 의자며 물건들이 들어왔습니다.
산마을 작은 학교의 시월은 내내 이런 흐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