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5.불날. 흐리고 비 좀

조회 수 676 추천 수 0 2013.11.06 13:22:49

 

 

비 온 뒤 기온 서둘러 떨어집니다.

마음이 겹옷이시옵기.

 

대입 추천서를 몇 장 쓰고 나니

이제 고입 추천서가 몇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 말이 있는 경우만 쓰는 줄 아는 까닭에

저들이 알아서 써줄만한 놈들만 부탁을 해오지요.

어릴 적 계자에 다녀가고,

새끼일꾼으로 청소년기를 본 아이들입니다.

어른들과 함께 잠을 견디며 뙤약볕의 여름과 거친 겨울을 보낸 그들의 보탬이

어찌 품앗이일꾼에 미치지 못한다 할까요.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다마다요.

그들에게 뭔가 할 수 있음을 기쁨과 영광으로 여기며

오늘도 추천서 한 장!

 

서울에서 김억수님 다녀갑니다,

후배 종덕님과 명희님 함께.

2004년에 맺은 연이니 벌써 십년.

간간이 이곳에 필요한 것들을 사서 들리셨더랬습니다.

그간 몇 해의 공백기가 있었고,

배부른 따님을 본지 오래지 않다 싶더니

댁의 손주가 어느새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겨울방학에 보내리라 하고 다녀가셨지요,

물꼬는 우리 대한민국의 전체 어린이들이 마땅히 와야 할 학교라시며.

보지 못한 시간들이 있어도

아이들이 자라니 또 볼 일이 생깁니다.

물꼬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그게 가장 큰 소명이라던가요.

 

오는 19일 있을 학술제 준비모임이 저녁에 있었습니다.

단체 안내지 교정교열, 학술제 자료집 구성, 대략적인 움직임 확인.

내일은 서울역에서 인문학 운동 관련 포럼이 있고,

모레는 와인아카데미 테스트,

글피 쇠날에나 준비해서 행사를 하겠네요.

좀 빠듯하지요?

 

내일 서울역에서 있는

‘2013 인문정신문화 포럼-인문학운동의 현재와 미래에 토론자로 참석합니다.

 

‘...

인문학이 무엇이더이까. 스스로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방향성을 갖는 일 아니던가요. 결국 사람답게 살아가자고 하는 짓거리일 것입니다. 인문학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을 길러 우리 삶이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찾아 그리 걸어가는 것 아니겠는지요.

교육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에서 뭘 구현할 것인가 성찰하고 통찰하고, 그래서 넘들 따라가느라 조바심 내며 자신과 아이들을 들들 볶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보는 것 또한 인문학이 주는 힘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인문학의 양적팽창이 한국 사회가 가진 지적허영과 닿아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런 의심이 듭니다. 그것이 흔히 진보계가 가졌던 학출들의 리그라는 비판의 연장은 아닌지, 뭘 좀 알았다는 것이 행여 자기만족이나 가시로 드러나 외려 또 삶의 현장으로부터 벽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마치 뭘 좀 알았다는 것이 삶을 흔들어주는 작용으로보다 머리만 키우는 또 다른 괴물을 만드는 과정은 또한 아닐지요?

...

이영희 선생의 고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제목의 명제는 결국 삶의 균형을 또한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인문학에서도 마찬가지. 이 사회가 그래도 여전히 건강함을 유지하는 큰 줄기에는 조선사회 인문학적 깊이가 이뤄냈던 긍정적 성과가 있지 않았겠냐는 진단이 있는데, 그 한편에선 물적토대 혹은 삶의 일상을 견지해준 건강한 노동이 있었다 생각합니다. 학과 노동, 그 두 날개가, 두 바퀴가, 결국 그 사회를 끌어왔던 거지요.

인문학 운동도 죽어가는 것을 살려낸다는 미명 아래 허영으로 치우지지 않게 균형을 전제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령 이런 건 어떨까요? 인문학캠프에서 아침저녁 수행(명상)하고 낮에 일하고 밤에 인문학 공부를 하는 거지요. 그리하여 그 과정이 우리 삶을 견실하게 이끄는 훌륭한 디딤돌 하나 되는...’

 

[포럼 토론문 물 뚝뚝 떨어지는 걸레를 어찌 할까요’(옥영경)가운데서]

 

그런 이야기 정도를 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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