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모임.

10월 빈들모임은 이미 지난 13일 밤 9시로 마감되었더랬습니다.

퍽 기다려온 물꼬에서의 가을이었던지

여느 달보다 서둘러 자리가 차버렸댔지요;

서울에서 인교샘과 건호 윤호,

경기도 성남에서 지은샘과 새끼일꾼 재호가,

안산에서 채율샘,

전남광주에서 연주샘과 중산이, 그리고 품앗이 진주샘이,

마산창원에서 미순샘 병호샘 창민 영서가,

거제도에서 송미샘과 민주가,

충남대 사범대에서도 원규샘과 현진샘 수진샘, 새내기 재희샘이.

그런데, 거제도에서 걸음하지 못했고,

지은샘도 갑자기 일이 생겨 못 왔습니다.

와인이 지은샘을 대신해 재호 편에 왔지요.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지은샘을 만나는 기쁨에 이르기야 할까요, 어디.

 

재호가 점심 버스로 먼저 와서 손을 보탰습니다.

달골 이불들을 털고,

아래 학교 본관 청소도 허리 두들겨가며 그가 했지요.

그 사이 사진을 찍으러 지나던 소병선샘, 들리셨습니다,

커다란 화장지 꾸러미를 들고.

오며가며 늘 살림을 그리 들여주시고 가시는 당신입니다.

“오다가 요 아래 냉면집에서 막...”

“때맞춰 오면서 밥을 왜 먹고 와?”

“빨리 가줘야 일이 되지.”

차 한 잔 마시고 서둘러 떠나시는 걸음에

인사거리로 어림도 없을, 말리던 은행을 얼마쯤 싸서 보내지요.

 

다섯 시에 이르자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광주와 서울서는 밤에야 들어온다지요.

“학생이 혼자 청소하고 있는데, 밀대가 있으면...”

“돌아가며 쓰시면 되지요.”

마음을 낸 병호샘, 그리 일손을 보태고.

오는 이들이 언제나 행사의 뒷배이고 진행자인 이곳이랍니다.

학교 한 바퀴 돌며 물꼬의 공간과 흐름들을 듣고

저녁을 먹은 뒤 달골 올라 저녁수행 없이 실타래를 이었습니다.

 

9학년 아이의 세상살기에 모두 귀 기울이며 지혜를 보태고,

아이는 또 위로와 위안과 대안을 가지고 마음을 굳건히 하고,

공동체에 합류를 원하는 이의 소망과,

나이 들어 이제는 깃들어 살 시골을 찾는 이의 바램과,

자신의 공동체에서 일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

새로운 교육공동체를 일구는 어려움에 혜안을 구하기도 하는,

그렇게 어른들의 늦은 ‘실타래’와

덩달아 저들끼리 산골 밤을 도란거리는 아이들 방의 ‘夜단법석’이

달골을 들썩이게 했다는...

 

그런데, 뭐가 자꾸만 꼬이는 하루.

이탈리아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선배의 전화 때문이었던가요,

불길한 꿈을 꾸며 잠을 설쳐 비행기 사고라도 나려나 싶기까지.

청소를 하다 달골 청소기가 고장 나 몇 차례 고치며 바툰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대걸레도 망가져 고치느라 조바심을 치고,

그러다 청소도 다 제대로 못하지를 않나,

아, 게다 달골 햇발동 거실이 또 물이 새네요.

작년 이 일로 그 긴긴 공사를 했는데, 다시 새다니!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괜히 불길한 마음에 여쭈어요,

별일들 없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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