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밤에는 영하로 떨어지기까지 한다 하였는데,

날 좋다, 참말 좋다, 참 좋습니다.

아희야, 소풍가자, 절로 그리 탄성을 지르게 되는.

 

이른 아침, 수도설비 아저씨 왔습니다.

몇 해째 물꼬 일을 두루 살펴주시는 그입니다.

달골 햇발동의 작년 공사는

뒤란 절개지와 함께 이어진 일이라 다른 업체가 들어와 결국 애만 먹였지요.

어제 햇발동 거실이 다시 물이 새기까지.

역시 수도관이 터진 거라 짐작합니다.

이참에 바닥을 다 갈기로 합니다.

작년 그들은 두 차례나 바닥을 까뒤집고도 같은 문제를 이렇게 남겼지요.

왜 우리는 전문가란 사람들이 그런 걸까요?

전문가가 아닌 게지요.

결국 다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저씨의 손맵시를 알기에 마음 먼저 놓입니다.

다음 주 불날부터 공사를 하리라 하지요.

으윽, 짐을 옮기고 먼지 일고 다시 그 먼지를 여러 날 닦아야 하리라...

그래도 걱정 사라진다면 그런 게 대수일지요.

아저씨는 포도즙을 세 상자 가져오셨습니다.

지난 초여름 장대비 아래 종일 당신의 포도밭 일을 거들었더랬습니다.

손 하나 아쉬운 일이 어떤 건지 물꼬에서 살아가며 너무 잘 알아,

누가 좀 잠깐만 뭘 잡아줘도 낫지 싶은 그 많은 순간들,

그래서 여러 차례 이웃들 밭에서 보냈던 지난 봄학기였지요.

 

아저씨 가고 사람들을 깨웁니다.

초등 6년 이하 아이들은 남고

모두 창고동에 깔개 이불을 가지고 모였지요; 해건지기

여느 날처럼 전통수련에 절명상.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이 산마을에 모여

또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은 가졌던지요.

같이 수행하는 인연만큼 깊은 연이 있던가 싶은.

함께 있어 눈물 나는 시간.

한 시간 일찍 피워둔 난로가 제 기능을 훌륭하게 한 창고동.

 

'논길'.

재호가 서둘러 아침을 먹고 먼저 떠났습니다.

인교샘이 상촌까지 실어다주었지요.

이어 오전 일.

“두 탕 다 뛰자!”

밭에 들어 고구마도 캐고,

달골 올라 감따기.

참말 좋은 가을날.

깎은 감은 현관 들머리 처마에 매달고.

 

'밭둑길'.

점심밥상을 물리자마자

시험을 끝낸 충남대샘들이 닿았습니다; 원규샘, 현진샘, 수진샘, 그리고 새내기 재희샘.

어쩜 그리들 끼리끼리인지요.

재희샘도 선배들과 똑같습니다, 겸손하고 잘 움직이고.

연탄들이기에 집중투입될 인력으로 좇아온 이네들입니다.

곧 연탄도 왔지요.

된장집 창고로 천 장을 올립니다.

큰해우소 뒤란으로 들어갈 천 장이야 배달 온 아저씨가 홀로도 다 할 일.

된장집 가파른 계단으로 연탄을 올리는 일이

월동준비의 큰 산이랍니다.

“더 없어요? 천 장? 이천 장도 금방 해!”

“우리 팀들 배달 알바 가도 돼!”

인교샘의 분위기 불쏘시개에 맞춰

모두 손발이 어찌나 잘 맞던지.

초등 저학년 창민이랑 건호까지 또 얼마나 열심이던지.

지난해던가요, 스무 장도 넘게 깨뜨린 연탄이더니

세상에! 오늘은 하나랍니까, 두 장이랍니까, 깨진 게.

해 넘어가고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시커메진 손으로 곡주들 한 잔.

연탄배달 해성이 아저씨와 현몽 아저씨,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물꼬 좋은 일 한다고, 좋은 곳이라고,

연탄 100장을 후원도 하셨네요!

좋은 마음이 좋은 마음을 부르는

날마다의 기적을 경험하는 물꼬랍니다.

 

마당에서 장작놀이.

감자도 굽고.

별도 많고.

노래도 있고.

달골에서 다시 이어진 실타래와 夜단법석과 긴 밤...

그러고 보니 이번 빈들에는 춤명상을 이틀 다 하지 않았군요...

 

그런데요, 중산이네서 딸려온 강아지 시츄가

달골 마당 다육을 해쳤네요, 에고, 이녀석.

헌데 그게 또 그만큼의 그들 삶의 길이렷다 싶고 보니

그리 안타까울 일도 아닌.

다육이 달래 다육이던가요,

떨어져나간 것들 꽂아두면 또 금세 뿌리 내릴지니.

우리 인간 삶도 그 같은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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