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해날 맑음

조회 수 1394 추천 수 0 2004.11.26 00:29:00

귀 움직일 수 있으셔요?
우리 도형이는 해요.
"비결이 뭐니?"
"이마를 움직이면 돼요."
상범샘도 할 수 있답니다.
"보여주세요."
아이들이 졸랐겠지요.
"낼 아침에."
그래서 아침에 애들이 몰려갔습니다.
"그냥은 안보여 줘."
혜린이는 주머니에 있던 돌을 꺼내고
채은이는 쪼끄만 지우개를 내밀었답니다.
예린이는 얼른 채은이한테 지우개 쪼가리 얻어서 내고
채규도 지우개가 있었던 모양이예요.
도형이는 칼을 꺼냈네요.
"물꼬 꺼지?"
맨날 넘의 걸로 쓰는 인심입니다.
이런, 나현이는 정말 줄게 없어
종이조각 주었답니다.
"안준 사람들은 눈 감아라!"
뭐, 안봐도 빤합니다.
실눈 뜨고 모다 보았겠지요.
그 얘길 전해들은 제가 물었더랍니다.
"정근아, 너는 뭐 드렸어?"
"저요? 신경도 안썼어요."

오늘 호숫가에 가서는
'나눔'에 대한 얘기가 길었습니다.
물꼬의 삶이지요.
왜 배움값이 없는지,
논두렁비(후원값)는 어떤 의미인지,
흔히 부모 하는 것에 따라 샘의 사랑이 혹 달라진다는 생각에 대한 견해,
내가 많이 한다고 남도 꼭 그 크기로 해야 하는가,
겨울에는 상설학교 아이들이 집을 가니
당장은 난방공사를 안해도 된다는 의견을 어찌 생각하는가,...
"만약 밥알식구들과 학교가 난방공사를 못하고 있으면 문제가 뭘까요?"
"돈이 없어서!"
몇몇의 동의에 우리의 정근 선수 얼른 받아칩니다.
"지금 없는 돈이 나중이라고 있나?"
"..."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뭐 끝이야 늘 우리가 어찌 생각할까,
우리가 어찌 살까의 문제가 되는 거지요.
어떨 때 정황을, 혹은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저들을 보면
서-늘-해집니다.
곧게 살아야겠습니다!

딱히 이름 붙일 것도 없는 전골 하나에도 감동하는 아이들입니다.
너른 냄비 넷에 끼리끼리 둘러앉았는데
바닥까지 달달 긁어먹습니다.
"옥샘, 또 해주세요!"
그래서 부엌샘은 날마다 요리를 하고 또 할 수 있나봅니다.
어쩌다 하고 어쩌다 듣는 소리에도 이리 신이나
세상 온갖 요리 다 상에 올리지 싶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옥샘 해주는 게 젤 맛있어요."
어쩌다 하니 어려울 게 무어냐,
날마다 먹는 밥 맛나게 하는 거야말로 대단한 거다,
그렇게 부엌샘을 칭찬해 놓으면
이들은 제게도 이렇게 답례 보내기를 잊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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