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바람이 몹시도 불더니 종일이 그러하였습니다.

흐린 하늘 위로는 가끔 볕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굵은 눈발 두어 점 날리는 오후,

첫눈 오는가 했지요.

밤엔 흐린 하늘 위로 보름달 둥실,

그도 가끔 얼굴을 내밀었다 말았다 합니다.

 

9학년 아이가 긴 여행을 끝내고 산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갖는 보편의 경험을 갖고 싶다며

이제 제도학교를 좀 다녀보고자 하지요.

그리 생각되면 그리하면 될 것입니다.

고교입학 수험생으로 한 달을 보낼 것.

그런데, 제 일만 하라지만 산마을살이가 어디 그런가요.

자기 눈에 보여서도, 급하면 불러서도 일을 하게 됩니다.

하여 내일부터 날마다 읍내 도서관을 나가기로 하지요.

오늘은 오래 비워둔, 그리고 또 사람을 맞을 공간들을

아이랑 오전 내내 청소.

좋은 날들 했어야 할 햇발동 2층 방들의 커튼 빨기도 이제야 하지요,

겨울 넘기기는 먼지 많은 듯하여.

널 곳 마땅찮아 학교 빨래방에 가져와 널었답니다.

 

오후에는 목공 작업.

이웃의 한 벗이 목재를 좀 사들인다 하여 곁다리로 몇 주문했더랬지요.

달골에 야외용테이블 하나 놓기로.

건너온 벗과 함께 일을 잡으니 이미 해지고 있었네요, 산골 해는 더 짧지요.

그래도 내친걸음에 하려는데,

바람 불지요, 기온 떨어지지요, 콧물 줄줄 흐르지요...

의자까지 한 덩어리로 된 거면 시간이 좀 덜 걸렸을 걸,

분리시킨 데다 의자 높이 치수 착오로 다시 해체하기도.

결국 자재가 한 줄 모자라 의자 하나는 다리를 못 달아주었습니다.

지난번 설악에서 온 조각나무들 가운데 쓸 만한 것이 있겠으니

굳이 목재 한 줄 더 들일 것까진 아니겠습니다.

열한 시가 금세.

에고, 벌인 일이고 내 일이라 퉁퉁거리지도 못하고

생고생한 벗에게만 미안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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