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3.흙날. 맑음

조회 수 790 추천 수 0 2013.12.06 04:14:46

 

한주를 신청했던 위탁교육 한 아이가 갔습니다.

아침이면 수행하고,

청소를 하고 저녁설거지를 하고 자기 전엔 양말도 빨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고달팠겠지요.

하지만 아주 건강한 생활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장애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몸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건 아닌지요.

몸을 통해 정신도 회복할 수 있다마다요.

그러기에 건강한 생활이 필수!

애 많이 썼습니다.

잘 지내주어 고맙습니다,

사실 아이 편에서는 일정정도의 포기(여기선 어쩔 수 없구나 하는)가 있었겠지만.

 

부모 면담.

몇 가지 이야기를 했겠지요.

 

1.

교육은 결국 부모의 사람됨 아니겠는지요.

허니 부모의 가치관이 중요하겠습니다.

부모가 돈이 진리라 여기면 아이들도 그렇지 않겠는지.

2.

내 삶이 서지 않는다면, 부모가 자신의 삶을 올곧게 세우지 않는다면

아이도 역시 그렇지 않겠는지요.

3.

앞서와 같은 말이지만,

내가 내 문제를 넘지 못하면, 아이 또한 그렇지 않겠는지.

부모의 카르마를 고스란히 아이들이 갖는 것.

부모가 죄가 많은 거지요.

4.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습니다!

5.

부모가 선이 있어야. 일관됨이 또한 있어야.

이 선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 뒤로 물러서지 않는 그런 지점이 있어야겠습니다.

6.

약물복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최고의 의사라 한들

이 우주, 우리 몸말입니다, 그 무궁한 세계를 얼마나 알겠는지요.

우리보다 공부 많이 하고 많이 아는 사람은 맞겠으나

처방하는 약물들을 잘 짚어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7.

그리고 일상에의 몇 가지 이야기.

8.

“선생님은 도시 나가서 잘 사실 수도 있는데,

뭐 하러 이 산골에서 이런 고생을 하고 사세요?”

“그러면 물꼬를 어떻게 오시게요?”

물꼬 있으니 좋다 합니다.

“그러니 손발도 보태고 후원도 하고 그래야겠지요?”

쌀을 좀 보내주신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무수한 문장들이 오고 금세 흩어집니다.

오늘도 문장들은 사라져 글 한 구절에 이르지 못하고...

어쩌다 지나간 메모를 보기도 하지요.

지난 11월 5일 맑았던 하루,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뭔가 도모하는 것도 병이다, 깊은!

다정만 병인 줄 알았더니.

자주 그런 농담하지.

내게 깊은 병 셋이 있는데,

첫째가 깊은 다정이고 둘째가 지나친 측은지심이며 셋째가 하해와 같은 너른 마음이라고.’

써두어도 문장이지 못하는 말들...

10월 8일에는 운동장 건너 백합나무를 올려다보며

‘이제 시작이다. 시동이 걸렸고 질주할 것이다.’

단풍들기 시작하는 산마을을 그리 읊고 있었지요.

10월 9일에는 풀을 뽑다가 단상을 적었데요.

‘저마다 생명의 길 있을 것이라

네 생명은 여기까지구나, 애잔한 마음.

비록 필요 없다 뽑아내면서도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깊은 애정이 드는 역설이라니...’

국화를 심다가도 한 문장,

‘한번 손보면 그 수고로 내내 얻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지만

다시 돌보고 챙기고 심고 해야...

여러 해 피고 지던 국화가 꽃밭에서 사라지고 다시 국화 심으며

잊어먹고 오래 지낼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더라.

아이 낳고 설 수 있을 만큼 손 안가다 싶지만 그렇지 않지.

아, 아이들 그냥 큰다 생각하고 너무 소홀했구나,

아이들 생각하고 응원하고 기도해야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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