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김장 중.
와서 손 보탤 이가 아주 없을 것도 아니나
행사에 오가는 일도 얼마나 힘이 들고 일일 것이냐 싶어
김장이나 장을 담그는 일은 소리 소문 없이 해오고 있답니다.(그것도 이제는 힘에 좀 부치는...)
기온 떨어지는 주초라 하였지만
잘했지요, 잘했지,
오늘 뽑겠다던 배추 엊그제 뽑아왔고 어제 절였습니다.
원래 김장주간을 잡기로는 오는 주말.
멀리서 두엇 와서 손을 보태기로 했으나
앞당겨 있는 식구들기리 해치우기로.
날 추워진다는데 볕 좋고 바깥 수돗가 안은 바람 덜 들어 일하기 좋았지요.
“니 집 일하면 늘 이리 날씨가 좋데.”
고마운 하늘!
“하다야, 바깥수돗가 앞에도 비닐 좀 다시 쳐줘.”
어제 절여놓은 배추를 아침부터 씻어 건집니다.
고래방 앞의 목공실 안엔 장독대 앞의 평상이 옮겨져 놓이지요.
“하다야, 네 없으면 안 된다니까. 삼촌이랑 둘이 이걸 못 들겠더라.”
평상을 기울이고 짚을 깔고 긴 막대를 세 줄 가로로 놓습니다.
논농사 놓은 지 여러 해이니 짚은 번번이 마을에서 얻어옵니다.
소사아저씨 거기 가지런히 배추들을 척척 걸쳐놓았지요.
그렇게 하루 물을 빼고 내일 아침 일찍 속을 넣을 것.
바깥수돗가는 일한 뒤의 일로도 또 한참.
이미 김장 전에 묵은 시간들을 청소하였으나
김장 끝나면 새봄 올 때까지 쓰지 않을 곳이라
구석구석 깔꿈하게 정리.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한 뒤끝도 참말 중요.
잘 정리해두어야 다른 사람 쓰기도, 다시 쓰기도 좋다마다요.
이곳에서 끊임없이 하는 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맞은편의 김장독들 묵은 지붕아래 벽체 먼지도 박박 닦아주고.
배추 겉이 또 한 가득.
당장 닭장에 넣어주고,
한편 한쪽으로 잘 쌓아 닭모이 감으로 비축도 하고.
안에서는 속 양념을 버무리지요.
멸간장을 중심으로 다시국물 만든 것도 넣고 생새우도 갈아 넣고...
깔끔하게 하기로.
하여 무는 채 썰지 않고 토막으로 넣기로.
먼저 먹을 것들만 당파와 무와 갓 좀 넣기로.
마침 면소재지 장날이라 몇 가지 사서 들여오기도 합니다.
때마침 장날인 것도 고맙고.
아니라면 읍내까지 나가얄 것을.
마늘과 생강도 방앗간에서 찧어오고.
찹쌀풀 쒀 넣느라 갈아도 오고.
“애걔, 그것밖에 안 받아요?”
“마늘은 그냥 갈아준 거고...”
마늘 직접 갈았다 그러시는지, 오래 보아왔다 그러시는지,
이런 것도 시골 사는 작은 즐거움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