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 6.쇠날. 맑음

조회 수 729 추천 수 0 2013.12.25 22:45:49

 

소사아저씨가 아이 밥을 챙겨 멕이고,

아이는 설거지를 하고 자정까지 교무실을 지키며 공부하고...

12월 한 하루가 그러하였습니다, 이 산마을.

 

한 선생님의 반가운 소식.

올해의 출판상 가운데 한 상을 받게 되었다는.

제일 먼저 이 산마을로 소식 주셨고,

저녁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한 일이래야 선생님과 책 읽고 얘기 나누며 곁에서 응원한 것뿐인데도.

고마운 마음이 고마운 것들을 또 불러오는.

 

잠시 경기도 걸음 한 결에 나무들도 좀 만졌습니다.

이제 물꼬에도 목공 공구들 있으니

필요한 것들 재단하여 나무만 좀 실어오면

쉬 작업들이 됩니다.

작업대부터 마련을 좀 해야겠기 필요한 나무들 잘라 차에 실었지요.

 

자괴감에 빠진, 혹은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한번 열거해보자, 자기가 잘하는 거.”

잘하는 것 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대단한 잘하는 것이 아니어도 되고

역시 아주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도 되는.

어떻게든 꼬랑지를 잡아보는 거지요.

“노래 좀 불러요.”

“게임 잘 하죠.”

“공 차는 거 좋아하는데...”

뭐든, 정말 뭐든 찾아보는 겁니다.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에게 자신도 괜찮네, 재미난 것들도 있네, 하고 확인해주면

꺾인 무릎을 좀 세울 수 있게 되는 듯.

 

오늘 한 송년모임에서 어느 선배가 그랬습니다.

“내가 진짜 물꼬에 가서 놀랜 건...”

지난번 학술제 다녀가며 본 목공실 이야기를 했습니다.

창고요.

창고가 그 정도로 정리되어 있다면

일상의 많은 부분이 얼마나 정리가 잘 되겠는가 싶었다고.

그렇겠습니다.

이 산골서 홀로 공부하는 아이는

그렇게 틈틈이 이 낡은 살림을 그리 정리하였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그런데, 한편, 그런 걸 볼 줄 아는 그 선배의 밝은 눈이 더 고마운 일일지도.

그저 낡고 허름한 살림으로만 보지 않고

그 손길을 볼 줄 아는 눈!

그렇게 또 한 배움이 있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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