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다시 눈 위로 또 눈 펑펑 내립니다.

오전에는 본관 뒤란 화목보일러실 오갈 길 치워내고,

그리고 눈 쏟아지기 전엔 따순 볕 잠깐 지날 녘 달골 길 눈 치우기.

그래놓으면 쉬 녹지요.

올라갈 일 거의 없이 달골 살림 접어 월동준비하고 내려왔으나

그래도 생각나는 일들 있을 것.

그럴 때 올라가자면.

저녁, 눈은 바람까지 불러오고 있었습니다.

 

끼니마다 따순 밥만으로 푹한 밥상.

외려 고립을 즐기는 몇 날입니다.

어떻게든 밥이 되고,

식구들 흡족히 먹고 있으니

고마울 일입니다.

산중 삶이 퍽도 족한.

 

이장님 부르십니다.

다시 전국노래자랑의 시절이 온 게지요, 영동편.

부녀회장도 나가줘야 한다는 엄포 아닌 엄포.

뭐 그런 일이 대순가, 가지 뭐, 합니다.

꼭 10년 전 마을에서 하도 너네 좀 나가라 해서 나갔던,

공동체를 실험하던, 그리고 상설학교 문 열던 전해 한창 준비하던 그 겨울,

아이고 어른이고 열댓이 우르르 몰려나가 아카펠라를 불렀는데,

다시 하래서 또 한 번을 불렀는데,

심사위원 왈, 어쩌면 그리 노래를 못하냐고, 음정 박자 하나도 안 맞다고

통과시켜 줄라고 줄라고 해도 도저히 안 되겠다고

그랬던 우리들의 즐거운 한 기억.

그때 무대 뒤에서 북장단을 쳤더랬지요.

그때의 박자치들 음정치들 그립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홀로?

헌데, 기락샘,

“다른 건 몰라도 체통 없이 그건 하지 마라.”

뭐 재미난 일 있을 뻔했는데, 말아야지요, 저리 완곡하니.

돌아와 전화 넣습니다.

“이장님, 안되겄다. 신청서 그거 버리셔요.”

 

말썽 많았던 노트북을 결국 주문합니다.

“옥샘은 거의 글 밖에 안 쓰시니까... 영화 정도 보고... 그러면 이 정도하면....”

이웃의 전문가가 와서 교무실에서 도와주었지요.

교무실 들어간 결에 청소합니다.

여기 일이 그렇습니다.

거기 가면 보이는 거기 일을 하기, 보면 하기, 생각나면 생각날 때 바로 하기.

그래야 일이 되는.

워낙 일 많고 너른 동선.

 

한밤, 아랫마을 사람 왔다고 가마솥방 난롯가에서

은행과 떡꼬치로 즐거운 야참도 내고 곡주도 놓고.

눈으로 앞도 막히고 뒤도 막힌 산마을의 한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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